“배우는 스타가 되면 못 웃깁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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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개봉 ‘전국노래자랑’ 주인공 김인권 인터뷰

“잘생긴 것과 거리가 멀다”고 자평하는 김인권의 얼굴은 서민의 애환을 담아내기에 딱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잘생긴 것과 거리가 멀다”고 자평하는 김인권의 얼굴은 서민의 애환을 담아내기에 딱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방송 1650여 회, 출연자 3만여 명, 현장 관람객 1000만여 명. 일요일 정오 방송되는 ‘전국노래자랑’의 기록이다. 서울의 세련된 문화소비층에게는 촌스러운 프로그램이지만 서민에게는 꿈의 무대다. 읍내 치킨집 사장, 장터에서 나물 팔던 할머니가 엮어온 왁자지껄 한바탕 난장이 33년간 이어졌다.

이 프로를 모티브로 만든 영화 ‘전국노래자랑’이 다음 달 1일 개봉한다. 경남 김해시에서 미용실을 하는 미애(류현경)와 미용실 보조인 남편 봉남(김인권). 헛바람이 들어 가수의 꿈을 못 버린 봉남은 전국노래자랑 예심을 신청한다. 음치 시장님 주하나(김수미), 정력에 특효라는 산딸기 진액(엑기스) ‘여심’을 만드는 회사 직원 현자(이초희)도 도전장을 내민다.

잘생긴 것과는 거리가 먼 김인권(35). 그만큼 서민의 애환을 담은 이 영화 주인공으로 적합한 배우가 또 있을까. “원래 노래도 춤도 별로예요. 영화를 위해 몇 달간 지독하게 연습했죠.” 그의 ‘춤 선생’은 그룹 노이즈와 엄정화, 강원래 등을 지도한 안무가 김호준. 김인권은 싸이 ‘강남스타일’의 작곡가 유건형이 만든 노래도 꽤 잘 불렀다.

촬영 현장도 전국노래자랑이었다. 그보다 두 살이 어린 이종필 감독은 배우와 스태프들의 의견을 귀담아듣는 ‘열린 촬영장’을 만들었다고 했다. “제가 춤을 추면 스태프들도 같이 췄어요. 지나가는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즉석에서 모셔다가 엑스트라로 쓰고요.”

그는 코미디에 능한 배우다. ‘해운대’와 ‘방가? 방가!’의 연기가 그렇다. “‘조폭마누라’에서 싸우면서 옷을 하나하나 벗어 상대를 제압하는 ‘빤스’ 역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단역이었어요. 하지만 군대 고참들도 이 역할을 기억하더군요. 그때를 생각하며 많이 반성합니다. 이제 사람들을 좀 웃길 줄 안다고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아요.”

일찍 결혼해 딸 셋을 둔 가장이다. 생각은 깊어지고 분위기는 진지해졌다. “어떤 배우가 될 것이냐고 요즘 많이 물어요. 저야 늘 선택받아야 하는 배우잖아요. 배우는 스타가 되면 안 될 것 같아요. 요즘은 모든 권위를 해체하는 시대잖아요. 지위가 올라가면 사람들 못 웃깁니다.”

코미디언 이경규가 세 번째 제작한 영화다. 주연배우도 제작자를 위해 이번에는 흥행에 적잖이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이경규 선배도 흥행에 신경이 쓰일 텐데 ‘(흥행을 위해) 오버하는 연기를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규격화되고 작위적인 웃음을 주는 영화가 아니에요. 영화 속 봉남처럼 이 선배도 순수한 영화의 꿈을 좇는 것 같아요.”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김인권#전국노래자랑#이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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