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디지털이 바꾸는 세상, 그들만의 잔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릭 슈미트, 제러드 코언 지음/이진원 옮김/472쪽·2만 원/알키

책 ‘새로운 디지털 시대’는 디지털 시대가 곧 우리의 미래와 같은 말이라고 설파한다. 디지털 기술로 일으키는 수많은 변화가 인류의 앞길을 결정짓는 핵심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과연 그 미래는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동아일보DB
책 ‘새로운 디지털 시대’는 디지털 시대가 곧 우리의 미래와 같은 말이라고 설파한다. 디지털 기술로 일으키는 수많은 변화가 인류의 앞길을 결정짓는 핵심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과연 그 미래는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동아일보DB
출간 전부터 화제가 되는 책이 있다. 해리 포터는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이 줄을 섰다. 모니카 르윈스키의 회고록인지, 19금 폭로물인지는 출판사가 계약금만 500만 달러를 쏟아 부었다.

뭐, 에릭 슈밋(정확한 표기는 이게 맞다) 구글 회장은 이 정도 반향은 아니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호령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첫 저서라니 꽤나 관심이 컸다. 그것도 구글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구글 아이디어’ 소장을 맡고 있는 제러드 코언 미국외교협회(CFR) 부선임연구원과의 공동 저작이라니. 두근두근.

머리말 첫줄부터 근사하다. “인터넷은 인류가 만들어 놓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다.” 맞다. 인터넷은 참으로 요물이다. 슬금슬금 인류의 삶에 스며들더니 이젠 인터넷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한대처럼 커지고 복잡해지는 인터넷. 저자 말처럼 “엄청난 선(善)과 무시무시한 악(惡)의 근원”이란 두 얼굴을 지녔다.

하지만 이 위험천만한 가상환경 속에서 슈밋 회장은 새로운 미래를 목격한다. 본질적으로 무정부 상태인 방대한 네트워크는 말 그대로 사상 초유의 관계망이 되어 지구에 있는 모든 사람을 연결짓고 있다. 이는 결코 정보기술(IT) 선진국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이 몰락한 뒤로 여전히 전쟁의 포화가 끊이지 않았던 이라크를 보라. 음식은커녕 물조차 구하기 어려웠던 그 땅에서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휴대전화는 빚을 내서라도 구입했다. 연결은 이제 인류에게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하고 핵심적인 요소다.

이런 욕구는 공상과학(SF) 영화를 뛰어넘거나 견줄 만큼 세상을 바꾸고 있다. 집 안에 앉아 홀로그램을 이용해 세계 곳곳의 동료들과 마주 앉은 듯 회의할 날이 머지않았다. 지난해 미국 네바다 주는 역사상 처음으로 무인자동차에 면허증을 발급해 줬다. 조만간 휴대전화가 질병을 체크하고, 안경만 쓰면 눈앞에 정보가 펼쳐지는 세상이 온다. 타임머신이나 공간이동까진 아니라도, 기술 진보는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대비해야 할 일도 많다. 국가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술로 통제와 감시에 나설 게 분명하다. 시민들의 바이오메트릭(biometric·생체인증) 정보를 활용해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하고 더 큰 권력을 쥐고 싶어 할 것이다. 또 그만큼 반작용도 거세지리라. 보스턴 마라톤 ‘압력밥솥 폭탄’을 보라. 인터넷 정보와 약간의 손재주만 있으면 굳이 첨단 무기를 구하지 않아도 테러리스트가 될 수 있다. 금융과 군사 정보까지 인터넷으로 연결되면서 해커들의 온라인 전쟁은 실제 현실에서 벌어지는 것만큼 끔찍하다. 기업에서 보안 유지는 이윤을 내는 본질적 목적 이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저자들의 혜안은 매력적이다. 현장에서 뛰는 이들이라 그런지 별다른 미사여구를 쓰지 않는데도 설득력이 있다. 다만 이런 미래가 제3세계에도 희망의 빛이 될 거란 낙관은 그다지 수긍이 가질 않는다. 물론 빈국도 디지털 기술 덕분에 살림살이가 나아질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공 좀 찬다고 모두 리오넬 메시가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서구에선 축구선수 못 돼도 딴 일 하면 그만이지만, 그들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일 수 있다. 가난한 어부도 인터넷을 이용하면 물고기를 더 많이 잡고 팔 수 있단 공염불은 접어두시길. 당신들이 지금 생선 때문에 이런 글 쓴 건 아니지 않나? 서구 자본가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릭 슈밋#인터넷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