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재·보선]돌아온 김무성 “국회-黨서 제 역할 찾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 18-19대 공천탈락 시련 넘어 5선 고지… 與 당권구도 변수로

“국회와 당에서 제 역할을 찾겠다.”

4·24 재·보궐선거에서 예상대로 부산 영도에서 낙승을 거둔 김무성 전 새누리당 의원은 당선을 확정지은 뒤 선거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원조 친박(친박근혜) 좌장이자 5선 고지에 오른 중진으로서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다시 할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는 “아무리 죽이려 해도 (나는) 죽지 않는다”며 우여곡절 끝에 5선 고지에 오른 소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2008년 18대,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연이어 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는 정치적 위기를 맞았지만 그때마다 부활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영도 재선거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처음부터 선거 결과보다 그의 귀환이 여권의 세력구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에 쏠려 있었다.

김 당선자는 지난해 4·11총선을 앞두고 공천 파동 속에서 불출마와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대선 때는 중앙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다. 박근혜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다. 김 당선자는 이번 선거로 5선 의원 반열에 올랐다. 사무총장 원내대표 최고위원도 이미 역임했다. 고위당직에서 그가 거치지 않은 자리는 당대표뿐이다. 그의 재등장을 바라보는 여권 내부의 셈법이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금의 새누리당 지도부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리더십 부재, 청와대와의 불통 등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김 당선자는 이날 당선 소감을 밝히며 “한 번도 당대표 얘기를 꺼낸 적이 없다. 현 지도부가 정치력을 발휘해서 임기를 잘 마쳐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당분간 ‘로키 행보’를 이어가며 황우여 대표 체제를 흔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의사와 관계없이 여당의 ‘권력지형 변화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관계 설정과 관련해서도 김 당선자의 역할론이 거론된다. ‘무대(김무성 대장의 줄임말)’라는 별명은 그의 당내 위상을 짐작케 한다. 대선 후 줄곧 무기력증에 시달린 당 내 대다수 의원이 청와대에 할 말은 하는 당청 관계를 이끌 적임자로 김 당선자를 거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당으로 복귀한 서청원 상임고문은 선거 하루 전인 23일 영도 선거사무소에서 김 당선자와 따로 만났다. 같은 상도동계 출신인 서 고문이 최근 정국 상황과 함께 김 당선자의 향후 진로에 대해 논의를 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김 당선자의 존재감은 5월 중하순으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와 관련해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원내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이주영 최경환 의원은 “중앙정치권 인사들은 영도다리를 건너지 마시라”는 김 당선자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잇따라 영도로 내려가 선거를 도우며 김 당선자의 지지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지금 당장 조기 전대론 등 지도부 교체론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면서 “하지만 10월 재·보선 결과에 따라 현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고 연말쯤이면 2014년 6월 지방선거에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지도체제 구축이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가 명실상부한 부산·경남(PK)의 대표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PK는 대구·경북(TK)과 함께 새누리당을 지탱하는 전통적 지지 기반이다. 김 당선자가 PK의 대표주자로 인정받을 경우 차기 대선을 앞두고 그의 위상은 다시 한번 업그레이드될 수도 있다.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은 커져가고 있지만 그는 당분간 눈에 띄는 행동을 자제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특히 2009년 세종시 수정안 처리 과정에서 한때 ‘탈박(脫朴)’할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과 소원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한동안 박 대통령과 정치적 호흡을 맞추는 데 충실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영남권 한 의원은 “김 당선자는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정치인”이라며 “복귀하더라도 바로 자기 목소리를 내서 청와대나 당 지도부로부터 불필요한 견제를 받기보다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때’를 조용히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부산=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국회#김무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