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예감! 기교-기품 넘치는 목소리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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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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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음악콩쿠르 성악 1, 2차 예선… 한국 男가수 약진

제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1, 2차 예선이 19∼23일 펼쳐졌다. 22일 2차 예선에서 노래하는 문세훈 씨.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제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1, 2차 예선이 19∼23일 펼쳐졌다. 22일 2차 예선에서 노래하는 문세훈 씨.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점수 매기고 누구를 떨어뜨리는 삭막한 경연장이 아니었다. 성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았던가. 2차 예선 마지막 날인 23일 ‘LG와 함께하는 제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열린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은 빈자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1차 예선에서 탈락한 도전자들도 객석에 앉아 동료의 노래를 즐겼다.

성악은 인간의 몸이 그대로 악기다. 같은 곡이라도 가수에 따라 감정의 깊이와 넓이가 완전히 다르게 전달됐다.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에 나오는 ‘달에 부치는 노래’만 해도 그렇다. 윤상아는 청초하고 매혹적인 물의 요정을 연상시킨 반면 데니즈 예팀(터키)은 한 맺힌 루살카의 처절한 심정을 피를 토하듯 뿜어냈다. 서정적인 ‘리리코’와 엄청난 스케일의 ‘드라마티코’를 한무대에서 본다는 것은 분명 행복이었다.

본고장 유럽의 콩쿠르와 오페라하우스를 평정하고 있는 한국 남자 가수들의 약진은 눈부셨다. 흠잡을 데 없는 화려한 기교로 무장해 ‘수(秀)’의 세계에 우뚝 서 있는가 하면, 고결하고 기품 있는 ‘은(隱)’의 세계에 진입한 젊은이도 있었다.

프랑스 ‘멜로디’가 독일 ‘리트’만큼이나 많이 선곡된 1차 예선은 다소 아쉬웠다. 벨칸토창법과는 다른 발성과 해석은 물론이고 인문학적인 소양을 가지고 숙고해야 하는 예술가곡에서는 좀처럼 영감을 받기 어려웠다. 이는 세계 성악계의 공통된 난제다. 이런 점에서 한국가곡을 필수로, 예술가곡을 2곡이나 준결선에 포함시킨 점은 바람직한 선택이었다.

바리톤 최현수, 테너 프란시스코 아라이사 같은 세계적 성악가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을 대표하는 오페라극장 감독들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한 것도 의미심장했다. 콩쿠르를 거친 동량재(棟梁材)들이 향후 최고의 극장 무대에 설 기회까지 제공하는 것이니까. 그래서 더욱 당초 심사위원 중 에바 바그너파스키에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총감독이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콩쿠르는 지금 다채로운 목소리의 전시장이요, 백화점이다. 재미는 때로 감동까지 안겨주니 이보다 더한 기쁨이 또 있으랴. 오늘부터 준결선이 펼쳐진다. 흥행 예감이 이미 감지된다. 오라, 그리고 보고 느끼자!

유혁준 음악칼럼니스트 poetandlove@daum.net
#서울국제음악콩쿠르#성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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