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13년간 1만권 이웃에… 책 기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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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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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째 서적유통업 이연수씨 父子

13년째 초중고교와 북한이탈주민 등에게 책을 기부해 온 대전 학우사 이연수 대표(왼쪽)와 아들 상윤 씨가 기부할 책을 정리하며 미소 짓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13년째 초중고교와 북한이탈주민 등에게 책을 기부해 온 대전 학우사 이연수 대표(왼쪽)와 아들 상윤 씨가 기부할 책을 정리하며 미소 짓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책 한 권으로 이웃과 교감할 수 있고, 사회가 풍요로워진다고 생각합니다.”

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 매년 이맘때면 대전의 서적유통회사 학우사를 운영하는 이연수 대표(67)는 바쁘다. 여기저기서 ‘책 기부’ 요청이 쇄도한다. 이 대표가 2000년부터 책 기부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이날도 이 씨는 중학생용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개 참고서 385권을 꾸려 모교인 충남 홍성군 광천중학교로 보냈다. 가는 트럭 편에 인근 덕명초등학교에 보낼 336권도 함께 실었다.

이 씨가 보내는 책은 ‘팔고 남은 책’이 아니다. 온전히 돈 받고 유통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는 3대째 서적 유통을 가업으로 이어 가고 있다. 부친(이종엽·1978년 작고)이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서울 북창동의 서적 유통회사에서 일했다. 이어 만주 하얼빈 등에서 같은 사업을 하다가 1960년대 충남 홍성에 ‘학우사’라는 이름으로 정착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이 씨는 회사를 다니다 부친의 사업을 이어받아 30년 이상 대를 잇고 있다. 본사를 대전으로 옮긴 뒤 이제는 아들(이상윤·30)에게 일을 가르치고 있다. 이 씨가 아들에게 강조하는 건 ‘책장사는 다른 장사와 다르다’는 것. “책을 훔치는 아이가 있다면 한 권을 더 주라. 책을 훔치려 하지 않는 아이보다는 낫다.” 이 씨는 더 나아가 “책을 뿌려라. 그러면 읽게 된다”라고 강조한다. ‘책 보급 운동’인 셈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데에는 올해 대전 태평중 교장으로 정년 퇴임한 부인(김정옥)의 역할도 컸다. 지금까지 이 씨가 기부한 책은 1만여 권에 이른다. 초중고교의 경우 교사가 기부받은 책으로 가르치겠다는 약속을 받는 조건으로 교사 지도서도 함께 보낸다. 실제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그동안 기부한 책을) 돈으로 따지면 얼마냐고요? 책은 돈으로 따지는 게 아닌데….”

이 씨는 10년 전부터는 관내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 자녀들과 중국 동포들에게도 책을 전달하고 있다. “우리와 같은 민족입니다. 책을 읽음으로써 이해의 폭을 더욱 깊게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죠.”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세계 책의 날#이연수 대표#학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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