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5년만에 “우향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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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우파 카르테스 후보 대선 승리… 좌파에 내줬던 정권 되찾아

21일 파라과이 대통령 선거에서 백만장자 기업가 출신의 오라시오 카르테스 후보(57)가 승리했다. 이에 따라 파라과이에서는 5년 만에 우파 정권이 재집권하게 됐다. 파라과이의 정권 교체는 ‘남미 좌파 지도자의 거두’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광을 입고도 대선에서 간신히 승리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당선자의 선거 결과와 맞물려 좌파 정권이 대부분인 남미의 정치 지형에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파라과이 연방선거법원은 21일 대선에서 중도 우파 콜로라도당의 카르테스 후보가 46.0%의 득표율로 36.9%에 그친 중도 성향의 자유당 에프라인 알레그레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알레그레 후보는 법원 발표 직후 패배를 인정하고 카르테스 후보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1947년부터 2008년까지 무려 61년간 집권한 콜로라도당은 2008년 4월 대선에서 가톨릭 사제 출신의 중도좌파 페르난도 루고 후보에게 패해 정권을 내줬다 이번에 이를 되찾았다. 카르테스 후보는 8월 15일 대통령에 정식 취임한다.

1956년 수도 아순시온에서 태어난 카르테스는 파라과이의 유명 프로 축구단 리베르타드를 비롯해 26개 기업을 소유한 기업인이다. 2009년 콜로라도당에 입당하면서 정계에 진출했고 불과 4년 만에 대선 후보가 돼 집권에 성공했다.

카르테스 후보는 기업인 출신답게 주요 정책에서 우파 노선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전체 인구 670만 명 중 40%가 절대 빈곤층인 파라과이의 경제 성장 및 빈곤 퇴치를 위해 공공 및 농업 부문에서 강력한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에게 따라다니는 비리 전력이 향후 국정 운영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010년 1월 공개한 미국 국무부 외교문서에 따르면 그는 마약조직과의 거래 및 돈세탁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파라과이에서 우파 정권이 재등장하고 베네수엘라에서도 좌파가 겨우 승리하면서 남미의 좌파벨트에 가해지는 심리적 압박이 가중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네수엘라와 파라과이 대선이 실시되기 전에는 남미 12개국 중 우파 정권이 집권한 나라가 콜롬비아와 칠레 밖에 없었다. 특히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 등은 석유 및 인프라 시설의 국유화, 대통령 연임제한 철폐, 저소득층 복지 확대 등 차베스의 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였으나 차베스의 사망 뒤 구심점을 잃은 상태다.

카르테스 대통령 당선자의 첫 번째 과제는 파라과이의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재가입이다. 당초 파라과이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등 5개국이 회원이었다. 2012년 6월 쿠루과티 지역에서 경찰과 빈농의 대규모 충돌이 발생하자 우파가 장악한 파라과이 의회는 루고 당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어 탄핵했다. 루고 전 대통령은 물론 남미공동시장도 이를 의회 쿠데타로 규정해 파라과이의 회원국 자격을 이번 대선이 끝날 때까지 정지시킨 바 있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대통령 탄핵 사태에 따른 혼란 및 남미공동시장 재가입 문제는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안토니오 파트리오타 브라질 외교장관은 “대선이 끝나면 파라과이가 남미공동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파라과이#우파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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