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의 ‘만화야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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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25일 클리블랜드 소속의 추신수(31·신시내티)는 샌프란시스코와의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조너선 산체스의 빠른 공에 왼손을 정통으로 얻어맞아 왼손 엄지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몸쪽 공포증의 여파는 컸다. 6주 후 돌아왔지만 그해 타율 0.259에 8홈런에 그쳤다.

몸쪽 승부는 투수-타자 대결의 핵심이다. 몸쪽 공을 잘 던지는 투수는 타자의 공포감을 이용해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활용한다. 반대로 타자는 몸쪽 공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야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추신수의 용기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올해부터 신시내티 톱타자로 변신한 그는 2년 전 아픔을 잊고 몸쪽 공에 대한 트라우마를 완전히 극복했기 때문이다.

21, 22일 열린 마이애미와의 안방 2연전에서 그는 야구 만화 속 주인공 같았다. 정면 승부를 걸어오면 안타를 쳤고, 승부를 피하면 볼넷으로 걸어 나갔으며, 몸쪽 깊은 공은 몸에 맞았다. 그는 이틀간 12번 타석에 들어서 11번 출루했다. 2루타 2개, 단타 3개, 볼넷 4개, 그리고 몸에 맞는 볼 2개였다.

22일 경기에선 5타석 모두 출루에 성공하며 시즌 출루율 0.523으로 팀 동료 조이 보토(0.522)를 제치고 메이저리그 전체 출루율 1위에 올랐다. 그 배경에는 타자라면 누구나 피하고 싶은 몸에 맞는 볼이 있었다.

추신수는 이날까지 18경기에서 9차례 공을 맞았다. 메이저리그 개인 최다 사구(死球)로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의 팀 전체 몸에 맞는 볼과 똑같은 개수다. 필라델피아와 휴스턴의 팀 전체 사구는 2개밖에 되지 않는다.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경기 후 “(추신수가) 약간 홈 플레이트 뒤로 물러섰으면 좋겠다. 이러다가 머리같이 민감한 부위에 공을 맞을까 걱정된다”고 말했을 정도다. 한 달 동안 9개의 몸에 맞는 볼은 1903년 마이크 돈린 이후 팀 역사상 110년 만의 기록이다.

하지만 정작 추신수는 담담하다. 경기 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몸에 맞는 볼은) 경기의 일부일 뿐이다. 머리나 뼈 등 민감한 부위에 공을 맞을까 걱정되긴 하지만 타격은 무척 민감한 작업이다. 지금 방식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몸쪽 공에 대한 극복은 호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추신수는 22일 현재 득점(17개)과 OPS(출루율+장타력·1.155)에서 내셔널리그 2위다. 타율(0.382)은 리그 3위.

지금 추세를 이어간다면 올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대박 계약도 바라볼 수 있다. 빠른 발을 가진 외야수 셰인 빅토리노가 올해 보스턴과 3년간 3900만 달러(약 437억 원)에 계약했고, 타점 생산 능력이 좋은 닉 스위셔가 클리블랜드와 최대 5년간 7000만 달러(약 784억 원)에 계약한 것을 감안하면 추신수는 계약 연수에 따라 1억 달러(약 1120억 원)를 돌파할 수도 있다. 그는 “모든 공에 집중한다.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한 개의 투구도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추신수는 모든 투수가 두려워할 만한 톱타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추신수#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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