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진로교육… 이력관리 프로그램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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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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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구금포초등학교 학생들이 ‘나만의 보물상자’에 자신의 수업결과물을 집어넣고 있다. 대구금포초등학교 제공
최근 대구금포초등학교 학생들이 ‘나만의 보물상자’에 자신의 수업결과물을 집어넣고 있다. 대구금포초등학교 제공
꿈을 이루려면 늘 ‘골인’의 순간만 상상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해결해야하는 작은 목표들을 명확히 세우고 이를 하나씩 실천해가며 기록을 쌓는 과정이 있어야 꿈도 현실이 된다.

초등교육 현장에서 화두가 된 ‘진로 교육’도 다르지 않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직업을 소개해주면서 10∼20년 뒤의 ‘최종’ 꿈을 정하도록 돕는 일도 중요하지만, 진정으로 그 꿈을 이룰 수 있으려면 당장 오늘, 한 달, 1년 동안의 단기 목표를 스스로 세우고 실천하면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가는 ‘기술’과 ‘힘’을 길러줘야 하지 않을까.

최근 초등학교들이 진행하는 다양한 진로교육 프로그램 중에는 이 같은 취지를 담은 ‘개성 만점’ 목표 관리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서울교대부설초등학교가 실시 중인 ‘자기관리플래너(SMP·Self Management Planner) 수첩’ 프로그램이 대표적. 이 수첩의 용도는 한 마디로 ‘다목적’이다. 부족한 과목을 언제 어떻게 보충학습할지 계획을 작성하는 학습플래너와 더불어 체력관리 노트, 독서기록장 역할도 한다. 이 학교는 전교생이 자신의 관심 분야와 관련해 1년 치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천하는 ‘1년 내 10가지 추억 만들기’와 ‘장기 프로젝트’도 시행 중. 3월에 작성한 프로젝트 계획서는 9월까지 교실 유리창에 붙여 전시하고 목표 수행과정을 선생님이 수시로 챙긴다.

이 학교 6학년 백지선 양(12·서울 강남구)의 올해 장기 프로젝트는 계절마다 교정에 피는 식물을 관찰해 포트폴리오로 작성하는 것과 학교시험에서 전 과목 100점 맞기. 의사가 꿈인 백 양은 “꿈을 이루려면 영어와 과학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 주말에는 영어 동화와 과학 교과서, 서적을 읽기로 SMP수첩에 계획을 짰다”면서 “하루, 1년 계획을 작성하고 실천하는 습관을 들이니 계획에 대한 책임감과 시간관리 능력이 길러졌다”고 했다.

학생들의 학업·생활 관련 모든 자료를 매년 7cm 두께의 ‘파일형’ 포트폴리오로 관리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경기 연천군 화진초등학교가 운영하는 ‘아이로드(i-road)’가 그것. 학생의 학기별 성적표와 수행평가 결과물, 진로·적성·성격검사 결과지, 각종 수상 증명서 등이 한 데 담긴다. 특히 아이로드 속 성적표에는 사전 목표점수, 학급 평균성적, 누적 성적기록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각각 다른 색의 그래프로 표현되는 것이 특징.

이 학교 6학년 한민지 양(12)은 “5학년 때 사회와 수학 점수가 잘 안 나오는 편이었는데 선생님이 ‘문제를 꼼꼼히 읽어라’ 같은 원인 분석과 해결책을 아이로드에 담아준 것이 도움이 됐다. 수학은 실수를 줄이고 사회점수는 95점까지 올렸다”고 말했다.

이 학교 김은주 교무부장교사는 “학생들이 긴 호흡으로 자신의 학습과정을 살피면서 목표를 이루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나가는 능력을 길러주는 게 아이로드를 운영하는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한편 학생의 모든 학습 결과물과 생활 기록을 개인별 사물함에 모아 관리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대구금포초등학교가 운영하는 ‘나만의 보물상자’가 그 예. 이 학교 6학년 임유경 양(12)의 보물상자에는 사회과 ‘마인드맵’ 모음집과 독후감 노트, 지난해 9월 제철소·박물관을 방문한 체험활동보고서 등이 들어있다. 임 양은 6학년을 마칠 때 이 자료를 모두 묶어 전교생이 참여하는 ‘교과과정 발표회’에 내놓을 예정.

이 학교 신재진 교장은 “이 지역 학부모들이 주로 농사일에 종사하느라 자녀의 학습과정을 꼼꼼히 챙기지 못하는 것을 학교가 대신 챙겨주려는 취지도 있다”면서 “1학년 때부터 일찌감치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직접 관리하는 습관을 학생들에게 심어주는 게 진로교육 측면에서도 큰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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