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지키는 해병 위해 써달라” 1000만원 쾌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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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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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송성 국보디자인 회장 안구기증도 약속

‘국보디자인’ 권송성 회장(오른쪽)이 19일 이호연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고 있다. 해병대 제공
‘국보디자인’ 권송성 회장(오른쪽)이 19일 이호연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고 있다. 해병대 제공
“튼튼한 안보가 없으면 기업도 없습니다.”

머리가 희끗한 노신사의 담담한 목소리에 경기 화성시 해병대사령부 사령관 접견실의 분위기는 일순간 숙연해졌다. 인테리어 디자인 전문업체인 ‘국보디자인’ 권송성 회장(73)은 19일 서북도서를 수호하다가 희생한 장병들을 위해 써달라며 성금 1000만 원을 해병대에 쾌척했다. 그는 “이스라엘 국민은 전쟁이 나면 외국에 있다가도 귀국해 조국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북한의 잇단 도발 위협으로 국가가 힘들 때 국민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다가 해병대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이날 성금 전달과 함께 ‘사후(死後) 안구 기증’도 약속했다. 그는 “나라를 지키다가 시력을 상실한 분들이 밝은 빛을 되찾는 데 내 눈이 쓰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요한 행사 때마다 늘 태극기를 갖고 다닌다는 권 회장은 해병대 관계자들과 기념사진 촬영을 할 때도 태극기를 꺼내 목에 걸고 포즈를 취했다.

전북 정읍에서 태어난 권 회장은 20년 이상 건설업계에서 일했고 현대건설, 대우건설 고문 등을 역임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국보디자인 회장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산성교회 집사도 맡고 있다.

그는 오랫동안 월급을 쪼개 모은 돈으로 기부를 해왔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며 1000만 원을 내놓았고, 2002년 경의선 철로 연결공사 소식이 전해지자 남북 협력기금 1000만 원을 통일부에 전달했다. 언론을 통해 소년소녀가장의 어려운 사연을 접할 때마다 남모르게 후원금을 보내기도 했다. 생활고를 겪던 고종황제의 딸 이문용 씨를 돕다가 그의 양아들이 되기도 했다. 미국에 9·11테러가 발생했을 때도 성금을 보탰다.

해병대는 이날 권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그의 뜻에 따라 백령도 연평도 등 서북도서 방위에 힘쓰는 장병들을 위해 성금을 사용키로 했다. 이호연 해병대사령관은 “이런 성원 덕분에 서북도서 장병들이 용기백배할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국보디자인#권송성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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