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종 AI 사람 간 전염 가능성에 대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0일 03시 00분


중국의 신종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자가 87명으로 늘어났다. 이 중 17명이 사망해 치사율이 높은 데다 감염자도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중국에서 17일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보건 당국이 부부(夫婦)와 부자(父子)가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특히 AI 감염자의 40%가 오리 닭 등 가금류(家禽類)와 접촉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조사돼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AI 같은 바이러스 질환은 인명은 물론이고 경제에도 큰 손실을 끼친다. 2002∼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파동 때 중국과 동남아에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산업과 관광도 큰 타격을 입었다. 세계은행은 2009∼2010년 신종 플루(H1N1형)로 약 30만 명이 숨지고 글로벌 경제 손실은 8320억 달러(약 940조 원)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우리나라도 AI가 발생할 때마다 양계 농가가 큰 피해를 당했다.

AI가 사람에게 감염되는 것도 문제지만 만일 사람 간 전염이 일어난다면 큰일이다. 1918년 4000여만 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독감도 AI가 사람 간 전염이 된 사례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AI는 주로 2003년 동남아에서 유행한 H5N1형이었는데 이번 AI는 전혀 새로운 H7N9형이다. 감염 속도가 빠르고 계속 변이하며, 신종 플루와 달리 아직 매개체를 밝혀내지 못해 방비책도 오리무중이다.

신종 플루 사태에서 경험했듯 타미플루는 예방 백신이 아니고 항바이러스제이다. 타미플루는 바이러스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세포벽 밖으로 탈출하지 못하도록 할 뿐이며 전염병의 세계적 확산을 의미하는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선 내성이 생길 수 있다. 국제사회가 신종 AI에 대한 백신 개발과 보급을 서둘러야 할 이유다. 의학 선진국의 백신 개발을 위해 중국 정부도 바이러스 정보를 숨길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공항에 설치한 열감지기는 잠복기 환자를 가려내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보건당국은 AI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혹시 모를 팬데믹에 대비해 백신 수급 대책도 세워야 한다. 전염병은 아차 할 때면 이미 늦은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사람 간 전염#신종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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