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 높아진 코리아 패션, 브랜딩 파워 키울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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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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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킴벡의 TRANS WORLD TREND]<끝>

‘브랜딩 파워’란 브랜드가 가진 색깔과 특장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을 뜻한다. 과거 라이센스를 남발해 정체성을 잃었던 ‘버버리’ 는 브랜딩을 통해 다시 한번 생명을 찾은 좋은 예로 꼽힌다. 조엘 킴벡 씨 제공
‘브랜딩 파워’란 브랜드가 가진 색깔과 특장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을 뜻한다. 과거 라이센스를 남발해 정체성을 잃었던 ‘버버리’ 는 브랜딩을 통해 다시 한번 생명을 찾은 좋은 예로 꼽힌다. 조엘 킴벡 씨 제공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말했다. “사람들은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을 유일하게 필요로 하는 시대에 살게 될 것이다”라고….

100년 전쯤 그가 한 이 말은 지금 이 시대에 딱 들어맞는다. 특히 패션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이자 무기가 됐다.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고 신분을 드러내며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존재, 문화와 고용을 창출해 ‘산업’이라는 고결한 이름으로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큰 축을 차지하게 된 존재 말이다.

패션 브랜드의 광고를 제작하는 일을 하는 필자는 1년 중 많은 시간을 원래 거주지인 뉴욕이 아닌 다른 도시에서 보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세계 곳곳에서 새롭고 중요한 트렌드를 목격하게 되면 문득 한국의 패션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이 트렌드는 갑자기 ‘대세’가 된 것일까, 어떤 식으로 이 디자이너는 업계의 총아로 떠올랐을까 등등.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종종 ‘그런데 한국의 패션은 왜 이 최전선에서 제외되게 된 것일까’ 하는 의문으로 변화한다.

전자제품을 필두로 한국의 다른 산업 분야는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는 반면 한국의 패션산업은 정부와 대기업 등 여러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몇 년에 걸친 고찰 끝에 필자가 찾아낸 문제점은 ‘브랜딩 능력의 부재’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에도 다양한 패션 브랜드가 있다. 그러나 전 세계인이 모두 알아보는 브랜드가 존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내수 시장에서 검증된 브랜드를 세계 시장의 추세에 맞춰 다시 브랜딩해 내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찾아보면 브랜딩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인재가 없다는 것도 큰 요인 중의 하나겠지만 그보다 기업이나 디자이너에게 브랜딩에 대한 인식이 확립돼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란 생각을 하게 된다.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특징과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는 능력이 제대로 발휘된다면 소비자들에게 무한의 신뢰도와 충성도가 생긴다. 똑같은 소재, 똑같은 컬러로 만들더라도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지갑을 열게 되는 것이다.

신인부터 중견까지 국내 거의 모든 디자이너와 패션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 시장에 진출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브랜드가 없다는 사실이 슬프고 안타깝다.

물론 뉴욕과 파리 컬렉션에 참가하는 훌륭한 디자이너들이 있고, 꾸준히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는 브랜드들도 있지만 이들이 패션의 중심지에서 트렌드를 주도하는 모습은 아직 보지 못했다. 이것이 한국 패션 브랜드의 경쟁력이 떨어져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브랜드의 가치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을 뿐이다.

브랜딩을 잘하려면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일회성의 행사 몇 번으로 뭔가가 이뤄지리라 기대하선 안 된다. 또 자신의 브랜드가 무엇이고, 장점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세계인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보다 면밀하게 시장 조사를 해야 한다.

한국발 ‘잇 브랜드’가 탄생하길 기원하며 1년에 걸쳐 계속된 칼럼을 마무리한다. 그동안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조엘 킴벡 패션 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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