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옹호하던 美, 두달 만에 태도 돌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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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부 보고서 “인위적 평가절하 반대”
한-중에 대해서도 시장개입 자제 요청

일본의 인위적인 환율 정책을 사실상 용인했던 미국이 두 달 만에 비판적으로 돌아섰다. 이는 아시아 중심의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나왔다. 일본이 수출 확대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엔화 약세 정책이 자칫 한국 중국 일본의 동북아 환율전쟁을 촉발시켜 TPP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걱정해서다.

미 재무부는 12일 미 의회에 제출한 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일본은 경쟁력 목적으로 통화 가치를 내리거나 환율을 움직여서는 안 된다. 일본은 인위적인 환율 조정을 자제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일본이 환율을 시장에 맡기지 않고 목표를 정해 올리지 못하도록 계속 압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2월 11일 라엘 브레이너드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이 “미국은 성장을 촉진하고 경제 침체(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본의 노력을 지지한다”며 사실상 엔화 약세를 통해 경제성장을 도모하려는 ‘아베노믹스’를 지지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달라진 태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일본에 경고하기 위해 환율보고서에 새롭고 날카로운 표현을 사용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미 정부의 태도 변화는 일본이 TPP에 참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상태에서 일본의 인위적인 엔화 평가절하 정책을 견제하지 않으면 환율전쟁이 격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BOJ) 총재는 12일 도쿄에서 가진 한 연설에서 “우리는 환율 목표를 정해 통화정책을 펼 생각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일본은행이 오랜 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펼치는 노력은 글로벌 경제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엔화 약세 정책 지속 방침을 에둘러 밝혔다.

미국은 한국과 중국 통화당국에 대해서도 인위적인 환율시장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고서에 담았다. 특히 중국을 겨냥해 “위안화 가치가 여전히 현저하게 저평가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아 미 제조업체가 반발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엔저#환율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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