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People]슈퍼매치 D-1…수원-서울 ‘전쟁의 시작’ 김호·조광래 전 감독의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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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3일 07시 00분


수원과 서울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김호 전 수원감독과 조광래 전 서울감독에게 과거 슈퍼매치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관중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작년 수원에서 열린 슈퍼매치 모습. 스포츠동아DB
수원과 서울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김호 전 수원감독과 조광래 전 서울감독에게 과거 슈퍼매치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관중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작년 수원에서 열린 슈퍼매치 모습. 스포츠동아DB
김호 전 수원 감독 “서울킬러는 단연 고데로”

전날엔 편히 잠못자던 슈퍼매치
서정원 데려오고 라이벌전 촉발

선수시절 항상 성실했던 서 감독
패스축구로 밀어붙여 서울 잡게

조광래 전 안양(서울 전신) 감독 “수원전 지고 못살던 최용수”

그시절 수원 공포의 선수는 샤샤
중원 화력 맞장…늘 명경기 연출

명품더비? 축구 수준은 2% 부족
최근 부진 최용수 감독 단디해라

아름다운 항구를 가져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에서 30분만 달리면 남강이 도도하게 흐르는 진주에 닿는다. 두 고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인을 여럿 배출했다. 그 중에서도 통영 출신 김호(69)와 진주가 고향인 조광래(59)를 빼놓을 수 없다. 두 사람은 한때 바늘과 실 같은 사이였다. 1996년 수원삼성이 창단될 때 김호 감독-조광래 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다. 조광래는 그 전에 대우 감독을 했었다. 프로 감독을 했던 사람이 다른 팀 코치로 간 경우는 그 때가 처음이었다. 그만큼 둘의 관계는 끈끈했다. 조광래는 1997시즌 후 수원을 떠나 1998년 말 안양LG(서울 전신) 지휘봉을 잡았다. 이 때부터 김호의 수원과 조광래의 안양은 지독한 라이벌이 됐다. ‘1번국도 더비’ ‘지지대 더비’로 불렸던 슈퍼매치의 시작이었다. 14일 벌어지는 수원삼성-FC서울전을 지켜보는 이들의 감회는 남다르다. 둘의 애제자 서정원(수원), 최용수(서울) 감독이 양 팀 지휘봉을 잡고 처음 맞붙는다. 김호, 조광래 감독에게 과거 라이벌전에 얽힌 에피소드 등을 들었다. 진주에서 ‘바르셀로나 조광래 축구교실’을 운영 중인 조 감독과는 전화로 인터뷰했고, 김 감독은 서울에 위치한 스포츠 브랜드 자이크로(ZAICRO) 본사에서 만났다.

김호 전 수원감독·조광래 전 서울감독(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김호 전 수원감독·조광래 전 서울감독(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슈퍼매치에서 가장 짜릿한 승리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김호(이하 김) : 1999시즌. 서울에 전승했거든(실제로는 3승1패). 정규리그와 컵 대회 모두 우리가 우승했어. 이란에서 서울을 승부차기로 꺾고 아시아를 제패할 때(2001년 AFC 클럽챔피언십)도 굉장했지.

조광래(이하 조) : 2000년 9월. (9월30일) 우리가 수원을 이기면서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었지. 역전이라 더 짜릿했어.

-가슴 아픈 패배의 순간도 있었을 텐데요.

: 김 감독님이 말씀하신 클럽챔피언십 패배가 기억나. 아시아 정상에 오를 절호의 기회였는데…. 2000년 4월(4월9일)에는 우리가 4-5로 졌는데 득점 과정이 너무 극적이었어.

: 나는 잘 기억이 안 나네 하하.

: 김 감독님도 나도 미드필드를 강조하고 공격적인 전술을 펼쳐 늘 명승부가 연출됐지. 아마 거의 무승부가 없었을 걸?(실제 두 감독이 맞붙은 5년 전적은 10승1무10패)

-당시 슈퍼매치를 앞둔 심정은 어떠셨는지요.

: 외부 요인에 흔들림 없이 우리 기술, 전술을 유지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했어. 팬들은 무조건 이기길 바라니 굉장한 압박이었어. 수원이 우승을 많이 해 선수들이 나태해지는 느낌도 있어 나부터 침대가 아닌 소파에서 자며 노력했어.

: 나는 설레었어. 직접 시합을 뛰는 것 같은 느낌? 수원은 창단할 때부터 내가 있던 팀이라 애정이 있었지. 이기고 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울이든 수원이든 잘 하는 게 더 중요했거든. 질이 떨어지며 서로 이기고 지면 뭐하나. 내용이 안 좋으면 라이벌이라 할 수 없지.

-경기 전 징크스 같은 것은 있었나요.

: 나는 어떤 경기든 전날 선발, 전술을 싹 마무리 지어. 그런데 수원전은 경기 당일 점심 먹고 우리가 수원을 이겼던 비디오를 보고 경기장으로 갔지. 기분을 업 시키려고 그랬던 것 같아.

: 선수들에게 하루 전 이발, 바느질 금지했지. 최대한 징크스는 갖지 않으려 했고 별로 믿지도 않았어. 99%의 노력이 1% 징크스에 밀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말이야.

-유독 슈퍼매치에 강해서 예뻤던 제자는 누가 있나요.

: 다 잘했어. 고종수-데니스-산드로 삼총사가 엄청났지.

: (최)용수지. 문전 앞에서 욕심이 많았어. 긴장될 텐데도 촌놈이라 의식을 안 해서 그런가.(웃음) 대담했어. 용수가 공격수면서도 수비가담도 많이 했어. 하루는 나한테 ‘수비하다 숨 막혀서 죽는 줄 알았다’고 하더군.

-상대 팀에 공포의 선수는 누구였나요.

: 음…. 샤샤? 당시에는 국내 수비수들이 외국 스트라이커와 붙으면 경험이 많이 뒤졌거든.

: 글쎄…. 생각이 안 나네?

-슈퍼매치를 촉발한 계기가 서정원의 수원 이적이기도 합니다.

: 아시아 제패의 과정이었어. 우리 축구를 키우려면 해외 경험과 명성 있는 선수를 데려와 후배들에게 전수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고. 안양이 오해를 많이 해 어렵고 힘들었지만 그게 다 의미 있는 라이벌로 가기 위한 과정 아니었을까.

: 정원이를 영입할 때는 내가 안양 감독일 때는 아니었고. 정원이는 플레이스타일도 좋지만 축구에 대한 뜻, 철학도 나랑 잘 맞았어. 그래서 내가 대표팀 감독할 때 코치로 뒀던 거고.

-요즘 관중이 꽉 들어찬 슈퍼매치를 보는 감회는 어떠신지요.

: 나는 서울-수원이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레알 마드리드 같은 라이벌이 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봐. 연고지, 지역을 넘어 일단 축구로 높은 레벨이 돼야해. 골도 많이 나오고 역전도 해야지. 최근 분위기는 뜨겁지만 게임 내용이나 수준은 조금 부족해.

: 지역적으로 가까우면서 기업(삼성vsGS) 라이벌 의식이 대두되니 역사가 쌓인 것 같아. 어떤 리그든 우승할 팀은 5∼6팀이야. 결국 이들이 주도해야 해.

-작년 우승 팀 서울이 올해 정규리그에서 고전 중인 이유는 뭘까요.

: 유럽은 팀 숫자가 많고 각 팀들마다 목표치가 다 다른데 K리그는 안 그래. 전 구단이 전년 우승팀에 철저히 대비해. 그러면 서울은 작년보다 두 배 전력을 보여줘야 돼. 그런데 선수영입 등이 부족했어. 선수들도 의지나 수비하는 모습이 작년보다 두 배 강해야 작년 능력이 나오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 보완하면 회복될 거야. 구단들도 마인드를 바꿔야 돼. 외국 유명 팀들은 우승 다음해에 훨씬 더 공격적으로 선수를 영입해. 강한 압박이 올 게 분명하니까. 국내 우승 팀들은 늘 다음 해에 푹 주저앉고 그러는데 안타까워.

: 서울은 집중력이 떨어진 느낌이야. 이게 회복 안 되면 대량실점도 나올 수 있어. 정신적으로 뭉쳐야 해. 그렇지 않으면 후유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될 수도 있어.

-수원은 서 감독 부임 후 바뀐 모습이 좀 보이나요.

: 서 감독은 일정 경험만 쌓으면 좋은 지도자 될 자질이 있어. 다만, 경기 보며 순간 판단능력을 키워야 해. 꾸준히 공부해야 하고.

: 서 감독이 지휘봉 잡은 뒤 패스 축구하겠다고 천명했잖아. 변화를 줄 수 있는 과감한 결단에 점수를 주고 싶어.

-일요일(4월14일) 슈퍼매치 전망을 해 주세요.

: 어려운데…. 사실 작년에 수원이 강하게 롱 볼 위주로 할 때 서울이 약했잖아. 그런데 패스로 붙으면 서울이 강할 수 있거든.(서 감독이 자신의 색깔을 버리고 서울전은 작년처럼 하지 않을까요) 난 안 그럴 것 같아. 그래서도 안 되고. 자신의 색깔 지키며 이겨야지.

-양 팀 지휘봉 잡은 제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 (서정원 감독에게) 자네는 항상 건실했고, 제 몫을 했지. 영리하면서도 순수했고 후배를 아우를 줄 알고. 노련한 선배를 자주 만나 듣고 배워야 해. 판단은 스스로 하되 주변 지인들에게 늘 조언을 받아.

: (최용수 감독에게) 뭐 할 말 있나. 하하. 단디하라는 거지. 단디하라는 말 속에는 무한 자유와 무한 책임이라는 뜻이 담겨 있어. 최 감독이라면 무슨 말인지 알 거야.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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