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의 ‘明과 暗’ 다시 갈라진 영국… 장례식 테러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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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아일랜드 분리주의자 테러 우려… MI5-경찰 특위 만들어 만반 대비
프리미어리그 경기전 묵념 취소… 하원도 추모회의 놓고 격렬한 논쟁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17일 장례식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전직 해외 정상 등 요인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아일랜드 공화주의자나 극좌 단체의 테러 우려가 제기돼 영국 정부가 초비상이다. 경찰은 이미 런던과 리버풀, 글래스고에서 대처의 사망을 반기는 과격 시위가 벌어진 데 이어 여러 단체가 장례식에 맞춰 항의 집회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10일 밝혔다. 대처 시대가 남긴 갈등과 분열이 그의 사망을 계기로 수면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는 것.

대처는 1981년 수감된 아일랜드공화국군(IRA) 단원들이 단식투쟁을 벌여 10명이 사망했을 때도 강경하게 대응해 IRA의 테러 목표가 됐고 폭탄 공격(1984년)을 받기도 했다. 경찰은 아일랜드 분리주의자들의 테러나 폭력 행위가 북아일랜드에서 벌어질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장례식에 외국 요인이 얼마나 참석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처가 시대의 개혁가로 칭송했던 프레데리크 데클레르크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9일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장례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도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장례식은 국내정보국(MI5)과 경찰, 영국 성공회가 함께 특위를 만들어 준비 중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대처 전 총리 장례준비위원회가 ‘트루 블루 작전(Operation True Blue)’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는 대처 전 총리의 장례준비 계획을 뜻하는 코드명.

대처의 죽음은 사회 각 분야에서도 반목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 프로축구리그 연맹은 대처 전 총리의 업적을 둘러싼 논란에 따라 당초 경기 전 묵념 행사를 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74년 전 만들어진 ‘딩동! 마녀가 죽었다’라는 곡이 대처 사망 후 영국 아마존 음원 판매 차트 2위, 아이튠스 음원 판매 차트 톱10에 올랐다. 1939년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 삽입된 이 곡에는 “사람들을 테러와 공포에 질리게 했던 사악한 늙은 마녀가 마침내 죽었다네. 오, 행복한 날!”이라는 가사가 있다.

정치권은 10일 소집된 하원의 대처 추모회의를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보수당 정치인들이 극찬을 쏟아 놓은 것과 반대로 노동당의 켄 리빙스턴 전 런던 시장은 “대처리즘은 영국이 현재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장례식 비용도 논란이다. 장례 비용은 1000만 파운드(약 169억 원)에 이를 것으로 언론은 예상했다. 총리실은 “유족 측이 차량비와 꽃, 화장비 등 주요 비용을 자체 부담하겠다는 뜻을 전해 왔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정부가 행사 치안을 위해 써야 할 돈도 꽤 많다 보니 반대처주의자들은 예산 사용에 반대하고 있다.

런던=이종훈 특파원·손택균 기자 taylor55@donga.com
#영국#마거릿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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