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한류 시즌2/동력을 달자]<중>의료수출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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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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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상류층서 “성형한국” 소문… 시술전후 사진 뜨자 탄성

JK성형외과가 지난달 8일 베트남 호찌민 르오페라 호텔에서 개최한 ‘뷰티 앤드 시크릿’ 의료 한류 홍보회 장면. 베트남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유명 가수, 언론사 편집장 등 유명인들만 가입할 수 있는 ‘레이디 럭셔리 그룹’ 회원 200명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뤘다. 호찌민=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JK성형외과가 지난달 8일 베트남 호찌민 르오페라 호텔에서 개최한 ‘뷰티 앤드 시크릿’ 의료 한류 홍보회 장면. 베트남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유명 가수, 언론사 편집장 등 유명인들만 가입할 수 있는 ‘레이디 럭셔리 그룹’ 회원 200명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뤘다. 호찌민=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베트남 하노이 중심부의 르오페라 호텔에서 지난달 8일 큰 행사가 열렸다. 베트남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유명 가수, 배우, 언론사 편집장 등 상류층 여성 200여 명이 도착했다. 참석자들은 형형색색의 드레스와 킬힐로 한껏 멋을 부렸다. 뉴욕의 패션쇼장이 연상됐다. 인기 연예인을 보려고 몰려든 베트남 청소년들은 비명을 질러 댔다. 호텔이 들썩거렸다. 도대체 무슨 행사이기에 베트남의 ‘여성 파워’가 한자리에 모였을까. 현지에 문을 연 지 4개월밖에 안 된 외국 병원의 행사에 베트남 여성들이 왜 열광할까.

○ 성형 한류로 상류층 집중 공략

“여러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란 노래 아시지요? 한국의 성형 기술은 여러분을 강남스타일로 만들어 드릴 것입니다.”

베트남 여성이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기 전후의 사진을 최항석 JK성형외과 원장이 보여주자 곳곳에서 탄성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행사는 한국의 JK성형외과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개최한 ‘뷰티 앤드 시크릿’ 의료 한류 홍보회였다. 이 병원은 지난해 말 베트남에 진출했다.

미국 할리우드 스타의 스타일링을 맡고 있는 니나박의 메이크업 체험 쇼에는 지원이 폭주했다. 베트남의 명망 있는 인사들이란 사실도 잊은 듯했다. 행사는 다음 날 호찌민 셰러턴호텔에서도 열렸다. 베트남의 ‘국민가수’ 응우옌쩐 씨는 “한국의 성형 기술은 베트남 상류층에서 세계 최고로 통한다. 더구나 싱가포르보다 싸고 미국보다는 아시아인을 잘 안다”며 “JK성형외과가 베트남에 진출하면서 한국까지 가서 수술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문화는 아직 성형에 보수적이다. 성형수술을 받는 여성도 “남편이 알아채지 못하게 해 달라”고 요구할 정도다. 하지만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사회주의 색채가 옅어지고, 한류 문화가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의료 기술에 대한 신뢰가 크게 높아졌다.

대형 쇼핑몰 빈컴센터의 팜뚜까우 사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베트남 국민은 한국 영화에 나오는 미녀를 부러워하면서도 성형은 꿈도 꾸지 못했다. JK성형외과가 문을 연 후 상류층뿐 아니라 중산층도 성형 욕구를 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 동남아 의료시장 전초기지

한국 병원의 베트남 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주먹구구 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병원이란 타이틀을 내세우면서 수준이 떨어지는 현지 의사를 고용하는 문제점도 있었다. JK성형외과의 의사 9명은 지난달 싱가포르를 제외한 동남아시아 국가의 중앙정부로부터 영구 의사면허를 취득했다. 한국 의료기관으로는 처음이다. 주권 JK성형외과 대표원장은 신뢰 조성을 가장 중요한 비결로 꼽았다.

주 원장은 “진출을 타진하는 2년 동안 의료진 체류 일정, 진료 환자 수, 수입, 비행기 일정까지 베트남 정부에 보고했다. 현지 주민도 이런 사실을 잘 알기에 믿고 찾아온다”고 말했다.

성형외과 분야의 성공은 특히 큰 의미를 지닌다. 정호원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장은 “성형은 현지의 관심을 모으기 쉽다. 성형 분야에서 의료 한류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면 중증 질환 쪽을 담당하는 병원의 진출이 한층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양샘병원 암센터, 대전선병원이 이미 베트남 진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이는 한국 의료기기와 화장품의 수출로 이어진다. 모 성형외과가 출시한 줄기세포 화장품 라인은 300여만 원대의 고가임에도 첫날 주문이 100건을 넘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의료시장은 2015년 통합될 예정이다. 베트남 의사 면허를 소지하면 그만큼 다른 국가로의 진출이 용이해진다. 이 때문에 베트남을 동남아 의료시장 진출의 전초기지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 장기적 안목의 협력관계 필요

베트남을 포함해 동남아시아로 진출하면 ‘2차 효과’가 기대된다. 국내 의료기술을 경험한 현지인이 한국을 찾아오게 되니까 의료 관광객이 늘어나는 식이다. 실제로 베트남 현지에서 1차 수술을 받고 만족한 사람일수록 한국을 찾아 더 큰 규모의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

최 원장은 “베트남에 갈 때마다 국민 배우의 집을 찾아가 시술을 했다. 이들은 남의 시선을 가급적 피하려 한다. 그러나 큰 수술을 해야 한다면 한국으로 직접 오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분위기는 한국 의료기관에 아주 우호적이다. 하지만 현지에 진출한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지는 못한다. 단순히 수치만 따진다면 한국에서 10명 수술할 때 현지에서 30명은 수술해야 타산이 맞는다.

전문가들은 현지 상황을 감안한 ‘스마트 진출’을 권한다. 이를테면 현지 병원과 협력 관계를 맺고, ‘병원 안의 (특정 분야) 병원’처럼 진출하는 방식이다. 한국의 클리닉을 병원 안에서 운영하는 베트남의 한푹병원 아인툭 회장은 “우리는 한국 의료기술로부터 도움을 받고, 한국 병원은 신뢰를 얻는다. 서로 윈-윈하는 모델이다”고 말했다.

하노이·호찌민=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철옹성 싱가포르 공략… ‘윗동네’가 해답 ▼

■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로 우회진출 “3년 안에 싱가포르 성형시장 문 열것”


한국 성형업계가 동남아시아 의료시장의 맹주인 싱가포르 공략 방법을 찾았다. 싱가포르 바로 북쪽에 있는 말레이시아의 항구도시 조호르바루에 진출해 현지 환자를 흡수한다는 계획.

싱가포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형 기술에 진료비까지 저렴한 한국 의료진의 현지 진출을 견제해 왔다. 겉으로는 개방적인 의료 정책을 시행하는 듯이 보이지만 독소 조항을 적지 않게 유지했다. 동남아 의료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다.

한국 의사의 경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졸업한 의사에게만 현지 면허 취득 자격을 준 점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임시 면허다. 영구 면허를 따려면 임시 면허를 취득한 후 3년 동안 싱가포르 공공병원에서 일해야 한다. 국내 전문의 가운데 적은 임금을 감내하며 영구 면허를 딸 때까지 싱가포르 공공병원에서 일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싱가포르 진출이 성과를 내지 못했던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의료계는 조호르바루라는 돌파구를 찾았다. 싱가포르 국민이 간단한 입국 절차만 밟으면 자유롭게 드나드는 도시. 미국인이 캐나다 국경을 쉽게 오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 주말이면 싱가포르 국민은 식료품 값이 싼 말레이시아로 원정 쇼핑을 간다.

국내 성형외과계는 조호르바루에 진출하면 싱가포르 성형 수요의 상당수를 이곳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동독 국민이 서독으로 넘어왔듯이.

이미 국내의 모 성형외과는 싱가포르 중심가에 원격 화상 상담센터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이 성형외과 관계자는 “상담은 싱가포르에서 하고 수술만 조호르바루에서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시장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3년 안에 싱가포르 성형 시장의 문을 열 수 있다”고 자신했다.

▼ 중동선 얼굴보다 비만관리… 특화성형 진출 ▼

검은색 부르카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을 가린 이슬람 여성들. 그들도 성형을 할까. 정답은 예스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마음은 세계 모든 나라 여성에게 공통적이다. 규율이 엄한 중동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과 갈증은 서구 사회 못지않다. 중동 여성은 속옷이나 눈 화장술을 통해 여성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이 분야만큼은 미국이나 서유럽 시장에 비해 화려하다는 얘기가 많다. 국내 A 성형외과 원장은 “중동 부호의 경우 언제든지 돈을 쓸 준비가 돼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시아파가 다수인 지역을 제외하면 성형에 대한 욕구가 아주 강하다”고 말했다.

중동 여성은 얼굴 성형보다는 체형을 보정하는 데 관심이 많다. 음식이 기름지니 비만 체형이 적지 않다. 날씨가 무더워 운동을 잘 하지 않는 문화 역시 비만에 영향을 미친다. 또 실루엣이 드러나지 않는 의상을 주로 입다 보니 몸매 관리를 별로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비만을 부르기도 한다. 눈이나 코보다는 지방 흡입, 가슴 확대 같은 분야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중동에도 성형 시장이 조성돼 있다. 카타르 도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아부다비에는 성형외과 간판을 꽤 볼 수 있다. 주로 이집트 레바논 시리아 인도의 의사들이 개업했다. 이들 성형외과의 의료기술이나 서비스 수준은 한국보다 아주 낮은 편이다.

한국 성형업계는 중동의 이런 특성을 파악하고 현지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몇몇 성형외과는 사실상 진출 준비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에미레이트항공이나 카타르항공 승무원처럼 현지 문화에 익숙하고 서비스 교육을 제대로 받은 직원을 뽑는 성형외과도 꽤 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의료수출#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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