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와 함께하는 명품 CAR TALK] 바흐의 음악 같은 그란 투리스모 “여행 떠나고 싶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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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8일 07시 00분


서울 한강시민공원에서 BMW 그란 투리스모와 함께 한 피아니스트 손열음. ‘내게 차는 제 2의 집’이라는 손열음은 편안한 일상 
중에 문득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차와 같은 음악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이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서울 한강시민공원에서 BMW 그란 투리스모와 함께 한 피아니스트 손열음. ‘내게 차는 제 2의 집’이라는 손열음은 편안한 일상 중에 문득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차와 같은 음악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이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피아니스트 손열음&BMW 그란 투리스모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2위 톱 피아니스트
5월에 국내서 모스크바 솔로이스츠와 협연

“예측하기 힘든 연주가 강점…표현은 내 몫
제 2집 같은 차…일상 같은 편안함이 매력”

깊은 숲을 지나 탁 트인 곳에 다다르니 황금빛 강의 나라에 다다른다. 유릿가루를 뿌려놓은 듯 햇빛을 반사하는 수면 위로 성질 급한 고기 한 마리가 은비늘을 드러내며 튀어 오른다. 이윽고 하늘을 뒤덮은 비구름. 후두둑 후두룩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금세 세상을 삼킬 듯한 폭풍이 몰아친다. 그것도 잠시. 저 세상 어딘가와 이어줄 것만 같은 무지개가 모습을 드러내며 안도감이 바람에 실려 날아온다. 건반 위를 달리던 손이 멈춘다.

짧은 적막. 그제야 관객들은 자신이 할 일을 깨닫는다. 환상 속 폭우처럼 몰아치는 박수와 환호의 한 가운데. 피아노의 젊은 여신이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서 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27), 그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핫’한 20대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오벌린 국제피아노콩쿠르(2000)·독일 에틀링겐 콩쿠르(2000)·이탈리아 비오티 콩쿠르(2002) 최연소 1위. 반 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2009) 2위에 이어 세계 3대 피아노콩쿠르 중 하나인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2011)에서 2위를 하며 국제 톱클래스 피아니스트로 떠올랐다.

● 솔직하고 직설적인 화법… 스포츠카를 닮은 손열음

손열음은 “지난해 연말부터 올 3월까지 일을 너무 많이 했다. 간신히 2주 정도 쉴 수 있게 됐다. 중간에 러시아 연주회가 하나 있긴 한데, 이 정도면 내게는 휴가나 다름없다”라며 행복한 얼굴을 했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연주회 일정도 빡빡하다. 가장 가까운 국내 연주회 일정은 5월 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모스크바 솔로이스츠와의 협연이다. 비올라 연주의 거장인 유리 바슈메트가 이번에는 비올라 활이 아닌 지휘봉을 잡고 손열음을 맞이한다. 손열음은 이날 연주회에서 바흐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손열음으로서는 좀처럼 연주하지 않았던 바흐다.

“바흐 음악의 매력을 묻는 사람들이 많다. 언젠가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어쩐지 바흐의 음악은 끊임없이 돌아가는 일상 같다고. 드라마틱하지는 않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일상, 삶. 100% 동감한다.”

서울 남산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시작된 인터뷰는 한강시민공원으로 이동하면서 계속됐다. 손열음은 솔직하고 직설적이면서도 상대를 배려하는 화법을 가졌다. 그의 연주와 무척 닮았다. 그러고 보니 무대 위의 손열음은 마치 날렵하고 강렬한 원색의 스포츠카를 닮았다. 이 말에 손열음은 “좋은데요?”하며 웃었다.

● “연주는 작곡가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는 것”

연주자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개성과 스타일이 강한 연주자일수록 더욱 그렇다. 같은 작곡가의 곡이라고 해도 누구는 불꽃같은 열정으로, 누구는 철저한 계산과 이성을 바탕으로 한 연주를 들려준다.

그런 점에서 손열음은 예측하기 힘든 연주자에 속한다. 오케스트라를 압도하는 막강한 힘으로 무대를 짓누르는가 하면, 어느 날은 피아노 앞에 앉은 수학자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심지어 철학가의 냄새마저 풍긴다.

“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악보를 앞에 두고 있으면 작곡가 또는 이 작품이 내게 어떻게 연주해달라는 속삭임 같은 것이 들린다. 그걸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내 몫이다. 그래서 연습할 때와 무대의 연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 확률은 반반이다.”

온기를 머금은 강바람이 손열음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흩날렸다. 문득 궁금해졌다. 베토벤처럼, 모차르트처럼. 자동차도 운전자에게 어떻게 자신을 다뤄달라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손열음이 연주한 쇼팽의 녹턴이 잔잔하게 차 안을 적셨다. 눈을 감았다. ‘열개의 음악’같은 손열음의 피아노. 그녀의 음악을 들으며, 이 차를 타고 어디로든 멀리 떠나고 싶어졌다. 좋은 차와 좋은 음악은, 이렇게 잘 어울리는구나.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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