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재래식 무기거래 규제 ‘절반의 성공’

  • Array
  • 입력 2013년 4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첫 국제조약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
北-이란-시리아 반대… 러-中은 기권, 핵-생화학 무기 제외… 실효성 의문

심각한 유엔 주재 北 차석대사 2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무기거래조약 표결에 참가한 이동
일 유엔 주재 북한 차석대사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욕=신화 연합뉴스
심각한 유엔 주재 北 차석대사 2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무기거래조약 표결에 참가한 이동 일 유엔 주재 북한 차석대사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욕=신화 연합뉴스
국제사회에서 처음으로 재래식 무기의 국제거래 기준 및 규제사항을 담은 조약이 유엔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됐다. 하지만 주요 무기 수출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의 의회 비준이 불투명하고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돼 효력이 발효될 때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유엔은 2일 정오 총회를 열어 연간 700억 달러(약 77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재래식 무기의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의 무기거래조약(ATT)을 찬성 154표, 반대 3표, 기권 23표로 가결했다. 193개 회원국 가운데 13개국 대표는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주요 무기 수출국 가운데 미국은 찬성했고 중국과 러시아는 기권함으로써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반대한 국가는 북한 이란 시리아.

유엔은 지난달 8개월 만에 재개된 10일간의 협상에서 만장일치의 합의를 시도했으나 북한 이란 시리아 등 3개국의 반대로 총회 표결에 부쳤다. 국제인권단체들이 조약 체결을 촉구한 이후 채택까지 7년이 걸린 이번 조약은 1996년의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 이후 가장 중요한 무기 관련 조약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엔총회 의장국인 호주의 피터 울컷 유엔 주재 대사는 기자회견에서 “인류의 고통을 줄이고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규제 대상 재래식 무기는 권총, 소총, 미사일발사기, 전차, 전함, 공격용 헬리콥터다. 이를 테러조직, 무장 반군 및 조직범죄 단체에 팔 수 없다고 했다. 또 민간인이나 병원, 학교의 공격 등 심각하게 인권 침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판단되는 무기 수출을 금지했다. 조약은 회원국들에 이런 내용을 담은 국내법을 만들라고 촉구했다.

조약 가입국은 무기 수출 내용을 유엔에 보고해야 한다. 다만 최근 총기 규제로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는 미국을 고려해 조약국 내부의 무기 문제는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이번 조약은 50개 이상 회원국이 비준 절차를 거치면 정식 발효된다. 유럽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이날 대거 찬성표를 던지면서 6, 7월경 조약 발효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3대 무기 수출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의 의회 비준 여부가 관건이다.

미 폭스뉴스는 이날 “(총기 규제를 반대해 온) 공화당 모든 의원과 최소 한 명의 민주당 의원이 조약을 비준하지 않을 것이라는 서한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67명이 찬성해야 비준을 받지만 47석을 차지한 공화당 의원 전원이 반대하면 통과하기 어렵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중국 유엔 부대표 왕민(王民)은 유엔이 각국 안보와 관련된 다변적 군비축소 조약을 억지로 밀어붙이는 것은 앞으로 군축협상에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것으로 우려해 기권했다고 말했다고 중국신원왕(中國新聞網)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3대 무기 수출국 가운데 중국 러시아가 사실상 반대표를 던져 이번 조약의 실효성이 의문시된다”고 전했다.

조약에서 무기 수출국은 수출 내용을 유엔에 보고하도록 했지만 공개 여부를 놓고 찬성하는 유럽 아프리카, 반대하는 중국 이란 간 설전이 총회에서 벌어졌다. 결국 비공개로 결정하면서 ‘절름발이 조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시리아 등에서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생화학무기도 제외됐다.

한편 유엔 사무국 관계자는 총회가 끝난 뒤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북한과 이란은 수출국의 입장만 반영된 불평등 조약이어서 반대표를 던졌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테러단체와 범죄조직에 무기를 가장 많이 공급하는 것으로 의심받는 두 국가가 바로 북한과 이란”이라고 말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유엔#무기거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