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위협 묵과못해… 동맹 한국 지킬 다른 준비 하고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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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美 외교 ‘北 원자로 재가동’ 비판

박근혜 정부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2기에 처음으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는 북한의 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강력하게 나왔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2일(현지 시간)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핵위협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케리 장관은 이날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은 심각한 국제의무 위반”이라며 “핵 없는 한반도가 한미 양국의 공동목표”라고 강조했다.

○ “북한의 무모한 행동 용납 못한다” 한목소리

케리 장관은 “북한 김정은은 도발적이고 위험하고 무모한 언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분명히 말하건대 미국은 ‘조약 동맹’인 한국을 방어하고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북한의 위협적 발언을 쉽게 받아넘기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다시 배치하고 한반도에서 ‘다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다른 준비’는 미국이 한미 연합군사연습에 첨단무기를 잇달아 투입하며 군사적 대응체제를 강화한 것을 의미한다.

25분간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 장관은 절반 이상을 한반도 긴장 완화 방안에 할애했다. 케리 장관은 “확실하게 말하겠다” “중요한 얘기를 하겠다” 등 수차례 강조화법을 동원했다.

그는 특히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라는 공동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남북관계 개선이 그런 목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윤병세 장관과 의견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도 “북한의 핵과 재래식 도발에 대응해 신뢰할 수 있고 강력한 억제력을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중국의 역할에 대해 “중국을 포함한 6자회담이 여전히 북한의 핵 폐기 노력을 위한 ‘유용한 도구’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대화의 길 열려 있다” 강조

케리 장관은 북한의 도발에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면서도 “북한이 국제사회에 다시 참여할 수 있는 매우 간단한 길이 있다고 믿는다. 북한은 선택해야 한다”며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북한에는 옵션이 있다. 그 옵션은 북한 지도부가 진지한 자세로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고 주민들의 요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며 “북한이 유엔과 국제사회의 요구에 맞는 행동을 한다면 미국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결국 북한이 향후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미국 대북정책의 방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 원자력협정 미묘한 온도차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한미원자력협정에 대해 “케리 장관이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간 뒤 정부 협상단이 워싱턴을 방문해 정식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다음 달 초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4월 중 새 정부 간 회담이 재개되는 것.

미국 측은 한국이 요구하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 허용 등이 국제적인 비확산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며 내년 4월 만료되는 협정을 1, 2년 더 연장하는 등의 방식으로 조속한 마무리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리 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이전에 타결될 것을 매우 희망한다”며 은근히 한국 측을 압박했다.

반면 한국 측은 시기보다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시기를 박아 언제까지 하자는 것보다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선진적인 협정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측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지 못하면 조기 합의는 의미가 없으며 협정 파기 등 강수를 둘 수도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당국자는 “한국이 원하는 것은 지난 40여 년 동안 세계 5위의 핵·원전 기술 보유 국가가 된 능력과 지위에 맞도록 협정문안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농축이나 재처리에 맞추면 미국의 입장에서 조금 다른 뉘앙스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국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른바 ‘핵 주권론’에 입각한 여론몰이가 협상에 악영향을 줄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 양국 장관 끈끈한 우정 과시

케리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로 6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은 아시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린치 핀(linch pin·바퀴를 멈추게 하는 비녀장)’이다”라고 말했다. 윤 장관이 “전에는 ‘코너 스톤(corner stone·초석)’이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왜 린치 핀이냐”고 묻자 케리 장관은 “코너 스톤은 귀퉁이마다 있지만 린치 핀은 하나밖에 없는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케리 장관은 다음 주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길에 올라 한중일 3국 가운데 한국을 가장 먼저 방문할 예정이다.

워싱턴=정미경·신석호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북한#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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