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황진영]윤증현의 추경, 현오석의 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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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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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영 경제부 기자
황진영 경제부 기자
‘합리적 기대 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루커스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노벨상 상금 100만 달러 중 절반을 이혼한 전 부인에게 줬다. 루커스 교수의 전 부인은 경제학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남편이 언젠가 노벨상을 받을 것으로 예측하고 이혼 서류에 그런 조항을 넣었다. 전 부인의 예측은 경제 주체들이 미래에 일어날 일을 염두에 두고 행동한다는 ‘합리적 기대 이론’의 적절한 예라고 해서 화제가 됐다.

이 이론은 경제 부처 장관들이 최근 한국의 경제 현안을 설명할 때 이론적 배경이 되고 있다. “집값이 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야 부동산 거래가 살아날 수 있다”는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의 분석이나,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와 관련해 “민간이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데 미래에 대해 기대할 수 있는 신호를 줄 만한 규모의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진단은 경제 주체들이 ‘합리적 기대’를 갖고 행동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들이 시장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행동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서 장관이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이번 대책이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시장의 기대를 넘어섰기 때문일 것이다. 기존 주택에 대한 양도세 면제, 수직 리모델링 증축 등은 파격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현 부총리에게 쏠린다. 그가 풀어낼 추경의 보따리가 어느 정도인지가 관심사다. 당정 협의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추경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10조 원이 ‘다수설’이었지만 보름 사이에 20조 원 내외로 커졌다. 12조 원 정도가 구멍 난 세수를 메우는 데 들어가기 때문에 경기 부양에 필요한 돈은 20조 원의 절반도 안 된다. 20조 원 정도로는 별다른 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명박 전 정부가 가장 큰 업적으로 내세우는 게 두 번의 경제위기 극복이다. 첫 번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디딤돌이 2009년 4월 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한 28조4000억 원의 ‘슈퍼 추경’이었다. 정부는 그 돈을 마중물 삼아서 내수 진작을 했고 그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시장과 대통령의 신뢰를 얻은 당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수장으로 2년 넘게 롱런할 발판을 마련했다.

추경은 현오석 경제팀의 역량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이다. ‘명(名)장관’으로 평가받은 윤 전 장관을 뛰어넘을 전환점을 마련할 수도 있고, ‘약체’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 첫해 경제 성적표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는 곧 나온다.

황진영 경제부 기자
#윤증현#현오석#추가경정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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