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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울지마 톤즈’ 빈민촌의 코리안]<2>짐바브웨서 유치원 운영-에이즈 퇴치 현내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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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울지마 톤즈’ 빈민촌의 코리안]<2>짐바브웨서 유치원 운영-에이즈 퇴치 현내식 씨

동아일보입력 2012-01-06 03:00수정 2012-01-2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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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아리가 자라면 아이의 꿈도 자라고 나의 행복도 자랍니다” 《 “망과나니(좋은 아침)!” 검게 탄 얼굴에 유난히 하얀 이를 드러내며 현내식 씨(52)가 현지어인 쇼나어로 반갑게 아침 인사를 건넸다.

길에서 만난 동네 주민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받았다.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세케 지역의 네마상가 마을.

주민 대부분이 옥수수 고구마 토마토 농사 등을 소규모로 지으며 가난하게 사는 농촌이다. 7000여 명이 사는 이곳에서 무료 유치원 운영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퇴치사업을 펼치며 농업훈련원 설립도 준비 중인 현 씨는 마을의 등대와 같다. 지난해 말 한국에서 비행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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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시간 가까이 타고 찾아간 낯선 땅에서 현 씨는 검은 피부의 이웃들과 하나가 돼 있었다. 》
○ 46세에 시작한 봉사의 삶

“병아리 잘 키워 생계 꾸리렴” 현내식 씨와 에이즈 보균자인 초등학생 소녀 아미비가 병아리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아미비는 현 씨가 준 병아리를 잘 키워 생활비와 학비를 마련할 계획이다.
부산에서 태어난 현 씨는 집안이 가난했지만 공부를 잘했다. 1979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당시 총무처에서 선발한 국비장학생에 뽑혀 등록금 걱정은 잊고 살았다. 술 담배를 모르는 그의 유일한 취미는 클래식음악 감상이었다. 틈만 나면 클래식음악 다방을 찾아다니며 음악에 빠져들었다.

국비장학생으로 뽑힌 덕분에 취업도 일사천리였다. 대학 졸업을 1학기 앞두고 공기업 KT(당시 한국통신)에 입사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안정된 직장이었다. 직장에서도 동기들 가운데 가장 먼저 과장에 진급하며 승승장구했다. 남부러울 게 없는 삶이었다. 대학에서 성악과 유아교육을 전공한 부인 김미영 씨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아동발달놀이를 가르치며 꽤 많은 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현 씨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가”라고 묻던 교회 목사님의 말씀이었다. 평온한 삶에 대한 회의가 커졌다.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한 삶을 살기로 결정한 그는 2006년 46세의 나이로 명예퇴직을 했다. 주위에서는 “왜 좋은 직장을 그만두느냐”고 말렸다. 해외봉사를 결심한 그는 2007년 필리핀 수비크로 봉사활동을 떠났다. “최종 목적지는 아니었어요. 봉사활동가에게는 언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였죠. 세상에서 가장 그늘진 곳으로 가고 싶었어요.”

아프리카의 빈국 짐바브웨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짐바브웨는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30년 넘게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1인 독재에 신음하고 있었다. 80%에 육박하는 실업률과 살인적인 인플레이션도 사람들의 삶에 짙은 그늘을 드리웠고 하루 수입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인구가 전체의 50%를 넘었다. 에이즈 보균자(HIV 감염자)가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었다.

○ 에이즈와 빈곤의 땅을 찾아


2009년 두 아이와 아내와 함께 세케 지역에서 에이즈 환자를 돌보기 시작했다. 세케 지역에 등록된 아동 에이즈 환자만 300명이 넘었다. 하지만 등록된 에이즈 환자는 빙산의 일각이다. 일반적으로 부모들은 아이의 에이즈 감염 사실을 숨긴다. 어른들도 에이즈 보균자는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밝히기를 꺼린다.

부모가 에이즈에 걸려 사망한 아이들도 많았다. 지역 내 베사 초등학교의 경우 학생 4명 중 1명은 부모가 없다. 현 씨의 유치원 3∼5세반 아이들 80여 명 가운데 10여 명은 에이즈 보균자다. 에이즈 보균자인 아이들은 잘 먹어야 결핵 등 다른 치명적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 현 씨는 생계가 어려운 아이 수백 명에게 염소와 병아리를 지원했다. 초등학교 6학년 소녀 아미비는 현 씨에게서 병아리 50마리를 지원받았다. 이 병아리를 잘 키워 생계를 꾸려나갈 예정이다. 아미비는 아빠, 엄마가 에이즈로 숨진 뒤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고 있는데 아미비 자신도 에이즈 보균자다. 아미비는 “병아리를 잘 키워 식량과 옷을 사고 싶다”고 했다. 현 씨는 에이즈 아동들에게 월 1회, 1인당 옥수수가루 10kg과 계란 30개를 지원하고 있다. 조재흥 전 한인회장 등 160여 명의 교민도 그를 돕고 있다.

이곳에서는 현 씨의 다른 노력이 영글고 있다. 짐바브웨 정부가 무상 임대한 30만 m²의 땅에 농업훈련원이 생기는 것이다. 이달 내 착공하는 농업훈련원 터에는 취업하기 힘든 에이즈 환자들이 직접 농사지을 수 있는 땅도 마련했다. 용지 내에 소규모 농장을 개간하고 옥수수, 콩, 감자, 고구마 등을 재배해 지역 에이즈 환자들의 생활비 및 학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기업 포스코가 건축비를 대는 등 큰 도움을 줬다. 5개월 과정으로 농업, 축산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훈련원에는 한국의 가나안농군학교 교사들이 지원 나올 예정이다.

현 씨는 요즘 또 다른 ‘달콤한’ 꿈을 꾸고 있다. 어린이합창단을 만드는 것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유전자 속에서 잠자는 음악적 재능을 깨워주고 싶다.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삶의 희망을 갖고 주체적인 삶을 살도록 돕고 싶어요. 짐바브웨의 엘 시스테마가 될 겁니다.”

세케(짐바브웨)=글·사진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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