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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맛에 흠뻑 취해 호화생활… 평양의 ‘애플족’이 떨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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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맛에 흠뻑 취해 호화생활… 평양의 ‘애플족’이 떨고있다

기타입력 2011-12-27 03:00수정 2011-12-2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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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大 출신 주성하 기자가 보는 北권력층 자녀들의 운명
김정은과 나란히 선 北권력 실세들의 앞날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군사위 부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6일 당·정·군 핵심 간부들과 함께 금수산기념궁전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빈소에서 참배했다.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은 다시 인민복 차림이다. 이들 핵심 간부의 자녀들은 아버지의 권세를 활용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김씨 왕조 체제의 최대 수혜자가 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2006년 김영춘 당시 북한군 총참모장(75)의 아들이 공금 8만 달러를 훔쳐 유용한 사실이 적발돼 평양시가 떠들썩했다. 북한에서 8만 달러의 가치는 한국의 수십억 원에 맞먹는다. 더욱 놀랍게도 김영춘의 자녀와 일가친척 20여 명이 모두 군부 외화벌이 기관들의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엄청난 달러를 축적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김영춘은 2007년 4월 후배인 김격식 대장에게 직책을 물려줬다. 하지만 김영춘은 불과 2년 뒤인 2009년 2월 인민무력부장으로 재기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정은 후계구도를 뒷받침할 ‘믿을 맨’으로 그를 지목한 것이다. 김영춘은 이번 장례식에서 김정은의 옆에 서서 당당히 자신의 존재를 과시했다.

○ 체제의 최대 수혜자 ‘애플족’

김영춘 아들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오극렬 작전부장, 강석주 외무성 1부상 등 최고 실세의 자녀들이 김정일의 지시로 몽땅 외화벌이 기관에서 쫓겨났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2, 3년 뒤 쫓겨났던 실세의 자녀들이 다시 달러를 주무르는 자리에 모두 복귀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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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장례식 때 차수 대장 등 별을 단 실세들은 김정은 앞에서 대를 이어 충성을 맹세했다. 하지만 그 자녀들은 역으로 북한에서 가장 달러 맛에 흠뻑 빠진 계층이기도 하다. 겉으로는 “사회주의 위업에 충성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실제로는 북한에서 가장 자본주의적으로 살고 있는 이들은 겉만 빨갛고 속은 하얀 ‘애플(사과)족’이다.

애플족은 화려한 출신 성분과 든든한 아버지의 권력을 등에 업고 각종 이권을 주무르는 핵심 직책에 올라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외국산 가전제품으로 가득 찬 호화주택에서 살며 고급 승용차를 타고 외화식당(외화만 받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예쁜 아가씨들을 끼고 외화상점에서 달러를 뿌린다.

이들은 외국에 수시로 나가 쇼핑도 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 등 해외의 생활형편을 북한에서 가장 잘 알고 있는 계층이기도 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2006년 “중국 단둥(丹東)에 호화 아파트를 사놓고 신의주를 건너다보며 우유 목욕을 즐기는 북한 부유층이 있다”고 소개한 이들이 바로 애플족이다.

이들은 역설적으로 북한 붕괴를 가장 두려워한다. 북한 체제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가장 잘 지킬 수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이들의 권력과 돈은 아버지의 파워에서 나온다. 일례로 북한에서 대외무역을 하려면 ‘와크’(러시아 대외교역위원회를 의미하는 바트에서 유래)라 불리는 무역허가증이 있어야 한다. 권력을 이용해 취득한 와크를 다른 무역회사에 빌려주면 가만히 앉아서도 거래액의 5% 이상을 로열티로 받아 챙길 수 있다.

애플족은 승진하기 위해 뇌물을 싸들고 기웃거리는 간부들에게 다리를 놓아주고 돈을 챙기기도 한다. 특히 군부의 부패가 심각해 장성이 되기 위해선 막대한 뇌물이 필요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 탈출 시기 저울질하는 애플족

거칠 것 없어 보이는 애플족도 가장 두려운 것이 있다. 바로 자신들의 호화생활을 지탱해주는 아버지가 권력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최근 김정은 후계 승계 과정에서 가장 불안에 떠는 사람이 이들 애플족이라고 전했다. 지금 같은 권력 승계 시기에는 아버지가 언제 권력의 정점에서 물러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애플족은 서로 교류를 하며 지내기 때문에 친구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수없이 보아 왔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에서 남자 중 최고 부자는 간부 인사권을 틀어쥔 실세 중의 실세 이제강 조직지도부 1부부장의 사위인 차철마, 여자 중 최고 부자는 김일철 전 인민무력부장의 딸이 꼽혔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약속이라도 한 듯 이제강은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었고, 김일철은 갑자기 모든 직책에서 해임되면서 자녀들의 파워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제 북한의 최대 여성 부자로 김영춘의 딸이 떠오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김정일의 선군정치는 군부 측근들이 충성을 바치고 대신 이권을 묵인 받는 공생관계에서 유지됐다. 김정은 체제에선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선 측근에게 나눠줄 이권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북한 실세들은 ‘손에 풀기(권력) 있을 때’ 어떻게든 달러를 챙기기 위해 애쓴다. 고령으로 명예롭게 은퇴하는 형태를 취하면 자녀들의 돈은 고스란히 살아남는다. 하지만 올해 총살된 류경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 지난해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총살된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 1997년 총살된 서관히 당 농업담당 비서의 가족처럼 한순간에 민심 수습용 카드로 전락되면 가족까지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야 한다.

애플족은 1990년대 말 김정일 체제 구축 과정에 ‘심화조’ 사건 등으로 문성술 중앙당 본부당 책임비서, 서윤석 평남도당 책임비서 등 핵심권력층을 포함해 수만 명이 숙청되는 것도 지켜봤다. 이 때문에 일부 애플족은 최악의 순간을 대비해 탈출구까지 마련해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권력 변동기 애플족의 동향이 주목되는 이유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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