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에 밀려… 노트북 살길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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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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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이은주 씨(26)는 몇 달 전 제대한 동생에게 자신이 쓰던 노트북 컴퓨터를 줬다. 최근 애플의 태블릿PC인 ‘아이패드’를 사서 e메일, 인터넷 검색 등 기본적인 일은 모두 태블릿으로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집에서는 간단한 문서 작성과 e메일 확인, 인터넷 서핑 정도만 하고 회사에서는 데스크톱 PC를 쓰기 때문에 노트북 쓸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애플의 아이패드를 시작으로 태블릿PC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노트북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 리서치는 2013년 미국 시장에서 태블릿PC가 3980만 대 팔릴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노트북 판매는 3350만 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가트너도 지난해 세계적으로 1900만 대가 팔린 태블릿PC가 올해는 5500만 대, 2012년에는 1억300만 대가 팔릴 것으로 보고 있다. 태블릿이 노트북을 시장에서 몰아내고 있는 셈이다.

○ 노트북의 죽음


이 같은 전망은 세계 3대 PC 제조업체인 HP와 델, 에이서의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값싼 노트북으로 인기를 끌었던 ‘넷북’ 덕분에 순식간에 세계 3위 PC 제조업체로 성장한 대만의 에이서는 올해 1분기(1∼3월) 900만 대의 PC를 생산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8% 줄어든 것이다. 세계 1위 업체인 HP의 PC 생산량도 2.8% 감소했다. 특히 소비자 대상 PC 매출은 23% 급감했다. 최근 회복세인 2위 업체 델 역시 기업 대상 PC 판매가 늘었을 뿐 소비자용 PC 판매는 7.5% 줄었다.

이는 소비자가 선호하는 값싼 노트북이 태블릿PC와 기능이 겹치기 때문이다. 더 가볍고 휴대가 편한 데다 값까지 싼 태블릿PC가 나오자 저가 노트북이 설 자리를 잃었다. 시장조사업체 AC닐슨에 따르면 태블릿PC를 구입한 소비자 가운데 35%가 “전보다 PC를 덜 쓰거나 아예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최근 저가 노트북 ‘크롬북’을 선보인 구글의 선다 피차이 수석부사장조차 “사람들이 노트북을 많이 쓰기 때문에 크롬북을 만든 것일 뿐 태블릿 등 다른 기계가 활용된다면 크롬북도 그에 맞춰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트북 시장의 미래에 대해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차별화 전략 고심

이런 상황에서 노트북 제조업체들은 태블릿PC와 차별화하기 위해 고급화 전략을 취했다. 저가 시장에서는 태블릿PC와 경쟁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항공기를 만들 때 쓰는 두랄루민을 사용해 ‘센스 시리즈9’ 노트북을 선보였다. LG전자도 두께를 얇게 하고 화면 테두리(베젤)의 크기를 줄여 가벼운 무게로 더 큰 화면을 즐기게 한 ‘엑스노트 P430’이란 노트북을 주력 제품으로 판매한다. 태블릿과 수요가 완전히 다른 제품에 주력하는 것이다.

기업 시장의 수요가 늘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새 PC 구입을 미뤘던 기업들이 최근의 경기회복과 맞물려 PC를 교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장도 ‘기업용 태블릿’이 나오면 꾸준히 성장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소비자 시장에서의 성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문희성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런 현상에 대해 “이제 노트북 자체만으로는 시장에서 수요를 창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3차원(3D) 입체영상 노트북 등 차별화된 장점을 갖춘 노트북만이 주목을 받고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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