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배워서 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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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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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大결성 ‘경영학회’ 학교주변 음식점 무료 컨설팅

한국대학생경영학회 회원 100여 명이 7일 경기 가평군의 한 유스호스텔에 모여 각 학교 주변 자영업체 7곳의 경영능력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배운 것을 활용하고 사회에 환원하자는 취지로 다양한 활동을 벌여 왔다. 한국대학생경영학회 제공
한국대학생경영학회 회원 100여 명이 7일 경기 가평군의 한 유스호스텔에 모여 각 학교 주변 자영업체 7곳의 경영능력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배운 것을 활용하고 사회에 환원하자는 취지로 다양한 활동을 벌여 왔다. 한국대학생경영학회 제공
‘배워서 남 주자’는 취지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KAIST 4개 학교 학생들이 한데 모였다. 이들은 한국대학생경영학회(KUMS)를 만들어 각 학교 주변의 영세 음식점과 학원 등에 경영 컨설팅을 무료로 해 준다. 대학생이 뭘 알겠나 싶었지만 7일 경기 가평군의 한 유스호스텔 강당에서 만난 이들은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는 컨설팅을 하기 위해 치열하게 토론했고 의미 있는 결과도 내놨다.

이날 토론 주제 가운데 하나는 서울 낙성대역 부근에 위치한 ‘서울갈비’의 경영 개선이었다. 이 가게 문현미 사장(47·여)도 참석했다. 문 사장은 장사 경력 15년차의 베테랑이지만 다른 곳에서 업종 전환을 시도하다 돈을 다 썼고 지금 위치에 작은 가게를 열었다. 하지만 유동인구가 적고 주위에 비슷한 고깃집도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루 매출은 10만 원 안팎, 주 메뉴는 ‘갈매기살’이었다.

컨설팅은 토론을 거치면서 진화했다. 문태연 씨(24·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4년)는 “주변에 고깃집이 많으니 업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점차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대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KUMS의 대표 역할을 맡고 있는 신정우 씨(26·연세대 경영학과 4년)는 “오래 장사를 하며 다져 놓은 단골 재료상이 강점인데 업종을 바꾸면 이를 유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문태연 씨도 “주위에 곱창집이 없는데 이건 고깃집이지만 주위 가게와 겹치지 않는 메뉴”라며 신 씨의 아이디어를 보완했다. 결국 곱창집으로 업종을 약간 바꿔 장사를 해보자는 결과가 나왔다.

학생들만으로 부족한 전문성은 산업 현장에서 실제 컨설턴트로 활약하는 선배들이 자원봉사로 행사에 참석해 도움을 줬다. 컨설팅업체 T플러스의 신필호 컨설턴트는 “학생들인 데다 짧은 시간이라는 제약이 있어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지금 당장 적용해도 될 만한 대안이 많이 나왔다”고 학생들의 실력에 감탄했다.

7시간에 걸친 토론이 끝나자 서울갈비의 문 사장은 “그동안 뭐가 문제인지 주변에 많이 물어봤지만 이번처럼 체계적이고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지는 못했다”며 “학생들의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KUMS는 2006년 결성됐으며 현재 회원이 100여 명이다. 매 학기 한 번씩 모여 경영학 관련 이슈를 토론하는데 이날 주제는 ‘자영업자 희망 프로젝트: 동행’이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 주제는 일종의 지식기부 활동이다. 지난 가을학기엔 ‘세상을 바꾸는 13가지 프러포즈’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기업 모델을 연구하는 1박 2일 토론도 벌였다.

가평=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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