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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강국이 앓고 있다]<11·1부 끝>본보 취재팀에 비친 10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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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강국이 앓고 있다]<11·1부 끝>본보 취재팀에 비친 10개국

동아일보입력 2011-02-17 03:00수정 2011-02-1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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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복지 “누구나 같은 혜택”… 재정악화에는 눈감아
쓰디쓴 갈등 “공짜 복지 돈 대는 나만 손해” 불만 폭발
프랑스 스웨덴 이탈리아 일본 영국 노르웨이 스페인 그리스 아르헨티나 독일.

복지강국의 오늘을 들여다보기 위해 동아일보 취재기자들이 훑은 10개국이다. 한때 복지강국으로 불렸던 이들 나라지만, 취재팀은 개혁 몸살과 부작용도 접할 수 있었다.

선진국 경제는 기대만큼 발전 일변도로 갈 수 없었고 수명 연장은 축복보다 재앙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복지시스템의 근간을 흔들어버렸다. 누리고 즐길 때는 달콤했던 복지시스템은 한 번 재정이 흔들리는 과정을 거치면서 쓰디쓴 갈등의 요소로 돌변하고 있었다.


선진 복지국가들의 개혁 몸살과 부작용이 한국에 시사하는 바는 뭘까. 취재 현장을 되돌아보며 기자들의 경험담을 묶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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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임승차자’에 대한 미움의 싹

“지난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만난 산모 몬테로 씨는 2500유로(약 379만 원)의 출산장려금 제도가 사라진 것을 외국인 이민자 탓으로 돌리더군요. 주부 필라르 씨는 ‘이민자 아이들이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립 유치원을 점령하는 바람에 자기 애는 3배 이상 비싼 사립 유치원에 보내게 됐다’며 불만을 터뜨렸고요.”(김지현 기자)

중남미와 동유럽 출신 이민자가 200만 명 이상 모여든 스페인에서는 이주노동자도 6개월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실업수당과 출산장려금 등 복지 혜택을 내국인과 동일하게 받았다. 하지만 재정 부담으로 혜택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오자 내국인들 사이에서는 이주 노동자를 비난하는 여론이 급격히 확산되는 현상이 취재팀 눈에 들어왔다.

스페인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곳곳에서 복지 혜택을 둘러싸고 원주민과 이민자,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 사이의 마찰음이 포착됐다.

“재정이 복지제도를 뒷받침할 수 있을 때에는 아무런 갈등이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라살림이 쪼들리게 되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무임승차자’에게 벌을 줘야 한다는 여론이 생겼고, 일부 극우주의 정당은 이를 정치 이슈로 포장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늘의 달콤한 포퓰리즘 공약이 내일의 갈등을 잉태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장강명 기자)

○ 재정 흔들릴 때 ‘톨레랑스’도 흔들

“갈등이 벌어지는 지점은 다양했지만 불만의 내용은 비슷했습니다. ‘누군가가 공짜 혜택을 받는 바람에 돈을 내는 나는 손해 본다’는 인식이죠.”(정위용 기자)

사회통합이 흔들리는 복지강국에서 첫 번째 표적이 되는 것은 외국인 이민자들이었다. 특히 서유럽에서 반(反)이슬람 정서가 싹트는 데에는 종교나 문화적인 요소도 있지만 이민자들의 노동관이나 세금납부 관행에 대한 원주민들의 불만도 큰 이유가 된다.

“유럽 복지모델의 모범으로 여겨져 왔던 스웨덴에서도 반이민자 정서가 감지됐습니다. 수도 스톡홀름 서북쪽 외곽에는 아프리카 등 빈국 출신 이민자들이 모여 살며 주택수당 등의 복지혜택을 받는데, 여기서 만난 한 음식점 사장은 ‘아프리카 사람들은 스웨덴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지만 여기 오면 일하지 않아도 돈을 준다는 걸 안다’며 분통을 터뜨리더군요.”(정위용 기자)

이런 흐름을 타고 지난해 스웨덴 총선에서는 반이민주의를 주장하는 극우정당인 스웨덴 민주당이 처음으로 의회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종훈 파리 특파원은 “‘톨레랑스(관용)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이민자 배척을 모토로 하는 극우정당(FN)의 장마리 르펜 당수가 10%에 가까운 고정 지지율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파리 15구에 사는 타베르니에 씨는 ‘파리 시민들 사이에는 자녀를 많이 낳아 각종 국가 보조금으로 사는 아프리카와 중동계 이민자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고백하더군요.”

○ “무차별적 혜택도 사회통합에는 걸림돌”

정혜진 기자는 “회사원이 자영업자를 비난하거나 신·구세대가 복지 혜택을 놓고 서로를 비판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로마의 노인회관에서 만난 조반니 조바니니 씨(80)는 ‘나라에서 연금을 줄이겠다는데 왜 양심 없는 자영업자들은 놔두고 정직한 근로자들의 연금을 줄이려 하느냐’고 화를 내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자영업자의 탈세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히니까요. 그리스 아테네에서 만난 크리스토스 아스라니디스 씨(57)는 ‘가짜 공무원들에게 돈을 주느라 연금 창고에 쌓여 있던 돈을 다 없애버린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정혜진 기자)

초고령사회가 된 일본에서는 평생 내는 사회보장비와 은퇴 뒤 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의 금전가치를 비교한 조사 결과가 화제다. 현재의 노인 세대는 각종 혜택을 누리지만 40∼60대는 받을 돈이 내는 돈보다 오히려 적다는 것이다. 김창원 도쿄특파원이 만난 대기업 10년 차 직원 야마모토 아이코(山本愛子·30) 씨는 “내가 내는 사회보장비로 노인들이 과도한 복지 혜택을 누리는 셈”이라며 구세대를 비난했다.

보편 복지를 실시하면 사회통합이 쉽게 이뤄질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취재팀이 찾아간 현장에서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복지 혜택 배분을 둘러싼 문제가 사회 불화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었다. “각자 부담이 다른데 혜택을 똑같이 준다고 해도 평등은 실현되지 않는다. 보편적 복지제도의 운영이 어려워지면 저마다 혜택 축소에 민감해져 사회 갈등이 커진다”고 지적하는 최광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의 말에 무게가 느껴졌다.

<취재팀 종합>

▼ “갈등요소 많은 한국, 보편복지 함정 조심해야” ▼
유리지갑 vs 자영업자… 청년 vs 노인… 통일이후 남한 vs 북한

“한국도 복지 문제로 사회에 균열이 생기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유럽만큼 크진 않겠지만 복지 혜택 배분을 둘러싼 갈등을 피해갈 순 없을 것이다.”

지난달 만났던 유럽의 사회보험 전문가들은 취재팀에 이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복지 혜택을 둘러싼 균열이 생길 수 있는 지점으로 크게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 남·북한 주민 간 갈등을 꼽고 있다.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 간의 갈등은 이른바 ‘유리 지갑’ 논란으로 비화했던 국민연금 납부액과 건강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문제다. 봉급생활자의 지갑은 속이 다 보이는 반면에 자영업자의 소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국은 고용구조에서 자영업자 비율(2008년 기준 31.3%)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8%)의 배 가까이 높고, 탈세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월급쟁이만 봉이냐’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높은 세금 부담을 바탕으로 하는 북유럽식의 보편적 복지를 추진할 경우 근로소득자들의 강한 반발을 사기 쉽다. 덴마크(8.8%)나 노르웨이(7.8%)는 자영업자 비율이 낮고, 노르웨이의 경우 국민의 납세 및 재산 명세를 전부 공개할 정도로 조세 투명성이 높다.

가뜩이나 신구(新舊) 세대 간 가치관 차이가 심한 가운데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세대 간 부양 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한국에서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6.6명이었으나 현재와 같은 고령화 속도로 2030년까지 가면 근로자 2.7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황상현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편적 복지가 겉으로는 사회 통합을 외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한 세대 안에서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의 형평성 논란뿐만 아니라 청년층과 장년층의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가상의 상황이기는 하지만 통일 문제도 고려해야 하는 요소 중 하나다. 독일은 동서독 통일 이후 15년간 복지제도를 뜯어 고쳤지만 동독 지역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말을 듣고 있다. 한국도 보편 복지를 실시하다 갑자기 북한 주민을 한꺼번에 떠안게 될 경우 재정 파탄을 피하려면 북한 주민에 대한 복지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를 둘러싸고 ‘2등 국민’ 논란이 나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 인프라가 문화적 제도적 윤리적으로 어느 수준에까지 올라와 있어야 복지사회가 성공할 수 있다”며 “선진국의 경험을 보고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복지가 어떤 수준인지, 어떤 사회 인프라를 갖춰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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