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 케이팝 인더스트리-④ 올케이팝닷컴 ‘조니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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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6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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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혐한사이트 아니에요" 케이팝 전파의 1등 공신 '올케이팝'

● 한류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이 반드시 거치는 '관문' 역할
● "압도적 성장세…한국과 함께 케이팝 알리는 역할하고 싶어"


케이팝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의 방문이 집중되는 올케이팝닷컴
케이팝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의 방문이 집중되는 올케이팝닷컴
한류, 특히 신한류의 중심인 한국대중가요(케이팝)가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중동 심지어 남아메리카까지 확산되며 위세를 떨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어가 불가능한 외국인들은 과연 어떤 경로를 통해 한류를 접하고 있을까?

바로 영문 한류사이트들이다. 특히 가장 높은 인지도와 방문자를 가진 곳이 올케이팝닷컴(www.allkpop.com)이다. 문을 연지 올해 4년째인 '올케이팝'은 케이팝 뉴스를 전하는 관문으로 성장했다. 이미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이 사이트를 통해 케이팝을 소비하고 즐긴다.

■"혐한(嫌韓) 사이트다" vs "케이팝을 세계에 소개한 1등 공신"


'올케이팝'은 말 그대로 케이팝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다룬다. 최신 뉴스와 뮤직비디오 스타들의 동정과 최신 방송 출연분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전달한다. 그러다 보니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어에 능숙하지 못한 전 세계 케이팝 팬들이 가장 먼저 이 사이트를 참고하게 된 것.

지금은 익숙해진 '케이팝'이라는 신조어는 영어권 한류 팬들에 의해 만들어진 단어이다. 특히 올케이팝이 등장해 이 신조어를 전 세계에 퍼뜨렸다는 평가다. 이제는 회원 100만 명, 일일 순방문자 30만 명(한달 UV 300만 명)이 즐겨 찾는 케이팝의 대표사이트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통해서도 케이팝의 최신정보와 동영상을 빠르게 전파하며 영어권 한류팬의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다.

국내 연예기획사들이 간과하던 '국제화'를 보완한 올케이팝의 운영자는 재미교포인 조니 노(Johnny Noh·29)다. 그는 얼굴과 이름을 드러 내놓고 활약하지 않은 탓에 국내에서 그의 실체에 대해 궁금증이 높았다. 세간에 그를 놓고 "한류를 폄훼하는 외국인이다"는 설이 파다했을 정도.

그러나 조니 노씨는 능숙한 한국어를 사용하는 교포 1.5세로 한류의 가능성을 믿는 뛰어난 컨텐츠 기획자다. 올케이팝에 대한 찬사와 비난이 교차하자 그는 "한류의 미래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표현으로 대수롭지 않은 듯 웃어넘기기도 했다. 또한 하루 30만 명이 방문하는 세계 최대의 케이팝 전문미디어로 한국의 기획사들과 함께 케이팝붐에 일조하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2007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한 올케이팝은 한국대중가요에 관해 거의 모든 것을 영문으로 다룬다.
2007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한 올케이팝은 한국대중가요에 관해 거의 모든 것을 영문으로 다룬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올케이팝에 가장 많이 접속하는 나라는?

"여전히 미국이 제일 많다. 동양계뿐만 아니라 백인이나 흑인들의 반응도 좋다. 미국 이외에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호주 등 영어가 되는 동남아시아 팬들의 유입이 부쩍 늘고 있다. 한 달에 300만 명 정도가 올 케이팝에 찾아오고 하루에 200만 페이지 뷰를 기록한다."

- 첫 출발이 궁금하다.

"처음에는 한국음악이 좋아 단순하게 한류관련 블로그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2007년 처음으로 올케팝 사이트를 만들고 직장을 가지고 일하면서 관리하다가 2009년부터는 아예 전업으로 나섰다."

■ 전 세계에 퍼진 케이팝 팬들과 공동 번역 및 자료수집

- 이 많은 정보는 어떻게 수집해 번역하나?

"물론 혼자서 이 많은 기사를 전부 번역하지는 못한다. 지금은 직원 5~6명과 함께 일하고 전 세계에 퍼진 20~30여명의 번역 프리랜서가 우리를 돕는 구조다. 출신국가도 다양해 미국과 캐나다는 물론이고 동남아에서 번역 작업을 돕는 이들도 있다."

- 그런데 일각에선 혐한 사이트가 아니냐는 비난도 있다. 예를 들어 한국가수들의 성형이나 립싱크 등 나쁜 측면만을 집중적으로 영어권에 확산시킨다는 불만인데….

"그것은 한국과 케이팝을 비난하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미국만 해도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는 균형을 유지한다. 그 자체가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영어 정보라 세계인들이 많이 보다 보니 결과적으로 한국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우리는 한국에 이미 나온 뉴스 방송을 기반으로 하루에 약 50여개의 기사나 정보를 갈무리한다. 그 가운데 부정적인 기사는 불과 1~2개 정도 뿐이다. 그런데 이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면서 '혐한 사이트'라고 딱지 붙이시는 건 억울하다."
올케이팝 운영자 조니 노 씨는 재미교포로 케이팝의 세계화에 관심이 많다.
올케이팝 운영자 조니 노 씨는 재미교포로 케이팝의 세계화에 관심이 많다.

- 사업적인 비전은?

"당초 재미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한국 대중문화와 케이팝 산업을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기획사뿐만 아니라 미국 회사와도 제휴를 위해 노력중이다. 최근 올케이팝은 '2010 엠넷 아시안 뮤직어워드(MAMA)' 시상식을 스트리밍으로 전 세계에 실시간 중계하기도 했다. 앞으로 동양권 문화가 미국에서도 큰 시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 측면에서 케이팝과 협력할 부분이 커갈 것으로 예상한다."

- 앞에 나서 활동하시지 않아 오해를 불러일으킨 측면이 있는 것 같다.

"한국이름은 노세훈이고 1981년 미국에서 태어났다. 보스턴 대학에서 컴퓨터사이언스를 공부하다가 이후 하와이에서 마케팅으로 졸업했다. 집에서 한국어만 사용해서 소통에는 큰 지장이 없다. 한국 대중문화에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1996년경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관심이 시작됐다. 당시 터보 HOT 룰라 Ref 등의 뮤직비디오를 한인가게에서 비디오 빌려 봤다. 그런데 뉴저지를 떠나 하와이에 가보니 한국 음악을 접하기가 너무 쉬웠다. 졸업 후에는 잠시 웹디자인과 마케팅 업계에서 일했는데 결국 여기까지 이르렀다."

- 미국에 살면서 보는 케이팝의 장점은?

"나는 워낙 자주 접해서 익숙하기 때문에 평가하기 쉽지 않다. 우선 비주얼 적인 장점도 있지만 나는 노래가 좋다고 생각한다. 아이돌 가수조차도 작곡과 보컬 측면을 간과하지 않은 측면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본다. 또한 상대적으로 순수해 보인다는 점도 미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이다."

■ "세븐은 아쉽고, 비는 애매하고, 소녀시대는 미지수다…"

올케이팝닷컴
올케이팝닷컴

- 미국 시장에서 가장 가능성 있는 이들은 누구인가?

"무엇보다 '세븐'의 실패가 아쉽다. 조금만 더 버텼다면 성과를 더 거두었을 것 같은데 너무 빨리 물러섰다. 비는 여전히 영어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나 같은 아시아계라면 쉽게 받아들 수 있지만 미국인들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낀다. 오히려 원더걸스가 성과가 있었고 실제 조너스 브라더스와 함께 투어하면서 인지도만큼은 확실하게 쌓았다. 대신 새로운 음반이 늦어지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소녀시대나 걸그룹들은 (개인적 관점인데) 아직은 미국시장에서는 낯설다. 9명의 소녀들이 나와서 춤과 율동으로 무대를 꾸미는 형식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 미국 진출은 당연히 영어로 해야 하나?

"한국말로는 아직 어색한 게 사실이니 영어로 부르긴 해야 한다. 그런데 반드시 영어일 필요는 없는데 아시아 시장이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어설픈 미국식 보다는 한국식도 이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다. 요즘 한국가수들이 미국에 진출할 때면 마치 유행처럼 유명 미국 프로듀서들에게 맡긴다. 그러다보니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전형적인 미국팝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 실제 미국 10대들이 케이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당초 관심을 갖고 있던 일본대중가요가 쇠퇴하면서 케이팝이 완전하게 이를 대체했다. 최근엔 미국에 진출하는 일본가수는 아예 없는 실정이다. 한국가수들의 도전이 매우 반갑다. 게다가 미국에서도 노래방 문화가 견고하게 확산되면서 노래와 춤을 따라 부르는 문화가 일상화된 것도 한몫했다. 이 같은 한류가 특히 교포 젊은이들에게도 큰 자부심을 준 것이 사실이다. 나도 이렇게 케이팝을 갖고 일하고 있을 정도가 됐으니 말이다."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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