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도발]민간인 희생자 유족들 오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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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비 번다며 병든 몸 이끌고 가더니…”

북한의 포격으로 사망한 건설인부 고 김치백(60), 배복철 씨(59)의 시신은 인천해경 경비함정 편으로 25일 오후 4시 10분경 인천해경 전용부두에 도착해 인천 남동구 길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시신을 맞은 유가족들은 “어떡해”를 연발하며 오열했다. 김 씨의 큰누나 김복순 씨(65)는 동생의 영정을 한없이 쓰다듬으며 울다가 바닥에 주저앉아 “죽으면 동전 한 닢 못 가져가는 걸 아픈 몸 이끌고 돈 번다고 고생하더니 이렇게 안타깝게 죽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울부짖었다. 김 씨는 10년 전 뇌출혈로 쓰러진 데다 지난해 10월에는 갑상샘암 수술까지 받아 몸이 불편한 상태였지만 이사 비용을 마련한다며 연평도에서 건설현장 반장으로 일했다. 김 씨의 아내 강성애 씨(58)는 “고생만 하다 이렇게 허망하게 갈 수 있느냐”며 오열했다.

배 씨의 빈소에는 두 딸과 가족 일부만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쓸쓸함을 더했다. 둘째딸 지수 씨(20)는 “평소 아빠와 연락을 자주 하지 못해 아빠가 일하러 연평도에 가 계신 줄도 몰랐다”며 “뒤늦게 아빠가 보고 싶은데, 모든 게 미안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오후 7시 반경에는 송영길 인천시장이 빈소를 찾아 “인천시가 최대한 협조하고 도울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인천시가 유가족들과 협의 한 번 없이 장례 절차와 장소를 결정했다. 억울한 민간인 희생자를 홀대하는 것이냐”고 항의하며 조문을 받지 않는 등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차려진 고 서정우 하사(21)와 문광욱 일병(19)의 합동분향소에는 오후 11시 현재 정관계 주요 인사와 군 장병, 일반 시민 등 5000여 명이 조문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유족의 뜻을 잘 새겨 다시는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그쪽(북한)에서 100발 쐈으면 우리는 200발 쐈어야 한다”며 “김정일은 인간이 아니고, 그 같은 집단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건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을 위한 강연을 하기 위해 방한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도 빈소를 찾아 “일본은 한국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협력의 자세를 취할 것”이라며 “일본 의회도 대북 조치를 논의하고 있고, 북한의 도발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취한 행동은 개인적으로 옳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현인택 통일부, 이귀남 법무부, 맹형규 행정안전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함께 조문했다. 박희태 국회의장, 이재오 특임장관, 김태영 국방부 장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도 각각 빈소를 찾았다.

인천=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성남=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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