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신은경 인터뷰<2>“현실이 더 막장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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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1일 12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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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경은 영화 \'두 여자\'에서 남편의 외도 상대와 함께 목욕하는 장면을 찍었다. 노출신이 부담스러울 법 한데도 그는 "역할상 몸매 관리 안해서 좋았다"고 \'쿨\'하게 말했다.
신은경은 영화 \'두 여자\'에서 남편의 외도 상대와 함께 목욕하는 장면을 찍었다. 노출신이 부담스러울 법 한데도 그는 "역할상 몸매 관리 안해서 좋았다"고 \'쿨\'하게 말했다.
● "노출연기? 살 빼지 않아도 돼 괜찮아"
● 쌍둥이 동생들이 매니저 자청
● 악역 윤나영에 배울 점도 많아


(1편에 이어서)

그는 18일 개봉 예정인 영화 '두 여자'에도 출연했다. 신은경이 남편(정준호 분)의 애인(심이영 분)과 함께 상반신을 거의 노출한 채 욕조에 누워있는 스틸컷이 공개되면서 누리꾼들의 관심이 그에게 집중되기도 했다.

1997년 영화 '노는계집 창' 이후 오랜만에 노출 연기에 도전한 그에게 부담감은 없었을까.

"일단 평범한 30대 산부인과 의사 역할이다 보니 몸매에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됐어요. 하하. 노출에 대한 부분도 논란의 여지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욕조신은 영화 전개상 꼭 필요했어요. 남편과 바람난 남편의 제자와 완벽하게 교감하고 그 후 반전을 예고하는 장면이거든요. 뭐, 사실 남자들도 친해지면 술 먹고 사우나가지 않나요?"

신은경은 그 장면이 뭐 그리 에로틱하느냐는 듯 특유의 '쿨'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뭔가 생각났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아 참 근데 저 앞으로도 키 180cm에 모델 역할 이런 건 안 맡으려고요. 노출 연기 전 몸매 관리하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 휴식 후 새로 태어나
신은경은 "드라마 스태프와 배우들의 궁합이 환상적"이라며 "이것이 윤나영을 빛나게 하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 MBC.
신은경은 "드라마 스태프와 배우들의 궁합이 환상적"이라며 "이것이 윤나영을 빛나게 하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 MBC.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이 유난히 밝아 보인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엄마가 뿔났다' '하얀 거짓말' 등의 작품을 맡아 지난 3년간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지쳐 있다 지난해 데뷔 후 처음으로 홀가분한 마음으로 휴식을 취했기 때문.

"지난해 7월 '하얀 거짓말'을 끝내고 '두 여자' 촬영이 시작된 1월까지 5~6개월을 정말 온전히 쉬어봤어요. 20년 넘게 일을 하면서 작품과 작품 사이에 휴식을 하긴 했지만 그런 건 다음 작품을 위한 휴식이거든요. 이번엔 정말 그 다음에 아무런 계획도 잡지 않고 쉬다보니 정말 좋더라고요. 가을철 날씨 좋을 때 엄마한테 깁밥 싸달라고 해서 조카랑 동물원도 가고 읽고 싶은 책 골라 집에서 뒹굴면서 몇 날 몇 일을 읽고…."

휴식은 지나온 길을 돌아볼 기회도 줬다.

"저는 그 때까지 '나는 너무 불행해'라고 생각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쉬면서 다른 사람들 사는 모습을 보니 모두들 힘든 부분이 있더라고요. 힘들지만 그냥 사는 것, 그게 인생이라는 걸 깨닫고 나니 저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기까지 했어요."

그의 데뷔작은 KBS 수목드라마 '욕망의 문'이었다. 이 드라마에서 그는 주인공 아역으로 3회 출연했다.

"인생의 전환점을 겪은 제가 처음 맡은 드라마가 이 작품, '욕망의 불꽃'이잖아요. 어머, 그러고 보니 두 드라마가 제목 뿐 아니라 내용도 비슷한 것 같아요. 이번 드라마를 하게 될 운명이었나 보네요."

그가 다시 힘을 찾게 된 데는 진짜 가족의 덕이 크다. 신은경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똑같은 얼굴의 두 남자 매니저가 알고 보니 그의 쌍둥이 동생들이었다.

"원래 각자 하던 일이 있던 동생들이 누나를 돕겠다며 팔을 걷어 붙였어요. 성인 연기자 중에 이렇게 가족이 자청해서 따라다나는 예가 어디 또 있겠어요. 정말 고맙고 든든하죠."

인터뷰 전 얼굴 생김새는 물론 쓰고 있는 안경테 디자인마저 유사해 기자를 헷갈리게 했던 쌍둥이 동생들은 기자, 드라마 홍보 담당, 제작진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누나의 일정을 체크하고 "잘 부탁드린다"는 당부를 거듭하고 있었다. 여느 남매보다 관계가 돈독해 보이는 이들에게 비결을 묻자 "누나랑 한 살 차이라 세 쌍둥이처럼 자라서…"라고 답했다.

▶ "재미있어야 드라마 아닌가"
'욕망의 불꽃' 촬영 현장의 신은경. 사진제공 와이트리미디어.
'욕망의 불꽃' 촬영 현장의 신은경. 사진제공 와이트리미디어.

- 드라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질수록 막장 논란도 거세지고 있어요. 막장드라마와 대박드라마의 경계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평도 나오던데….

"글쎄요, 우리가 사는 이 현실이 더 막장 아닌가요. 전 신문 사회면을 보면서 얼마나 경악하는데요. 또 앞으로 50부작을 이끌어가려면 드라마 초반에 '갈등의 씨앗'을 많이 뿌려놔야 하거든요. 이것들이 앞으로 가지치기를 해나가야 하니까 초반에 집중적으로 상징적인 장면들을 많이 배치한거죠."

막장으로 비춰질 정도로 극적인 갈등들이 드라마의 인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감추지 않았다.

"저희 드라마는 처음부터 드라마가 방영되는 1시간 10분 동안 단 1초도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해 드리는 게 목표였거든요. 작가 선생님도 극 시작하기 전부터 제게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게 갈 것 같다"고 하셨고요. 저는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미가 있고 많이들 봐주셔야 드라마지, 시청자가 보지도 않는데 연출진이 하고 싶은 얘기만 들어놓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과거 신은경은 여러 인터뷰에서 "캐릭터에 잘 동화되는 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드라마도 예외가 아니었다.

- 그래도 윤나영의 악행은 너무 심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던데 스스로도 '이건 너무하다'고 느꼈던 대목이 있다면?

"음, 이해를 못할 장면은 없어요. 나영의 입장이 돼보면 그 때 그 때의 상황이나 심리적인 부분들이 이해가 가거든요. 사실 나영에게서 배울 점도 많아요. 정말 악착같이 열심히 살잖아요. 그게 뭐 기운이 뻗쳐서 그렇겠어요? 그게 바로 열정인거죠."

- '인간 신은경'은 그렇지 않은 편인가요?

"열정은 있지만 겉으로 표현하는 편은 아니죠. 저 의외로 내성적이에요."

- 요즘은 여배우이 나이가 들어도 주연을 맡을 기회가 더 많아 질 것 같아요. 앞으로 오랫동안 연기 인생을 걷게 될 '배우 신은경'의 포부라면?

"네, 맞아요. 앞으로는 더욱 더 '일을 위해 희생된 신은경'이라는 연민에 빠지기보다 '신은경을 위한 일이 있어 고맙다'고 생각하려고요. 앞으로는 성공, 나 자신, 내 주변 사람이라는 세 요소들의 균형을 잘 맞춰가며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인터뷰 내내 "휴식기 이후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됐고 그 덕분에 인간 신은경은 훨씬 더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스스로를 사랑하게 됐다는 그의 달라진 마음가짐이 연기에는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사람들이 다 미워할만한 악역을 맡고도 더 표독스럽게 연기하려고 노력할 수 있는 것은, 현실에서 제가 나 스스로를 사랑하고 주변 사람들도 나를 사랑한다고 믿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러니 안심하고 지독한 윤나영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1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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