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이티 지원 서두르는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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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위기의 리더십’ 펼칠 기회
중남미 영향력 확대 계기 삼을듯

미국이 강진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아이티를 돕기 위해 적극적이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2일 아이티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은 즉시 대책회의를 열도록 지시했고 13일에는 “지진으로 피해를 본 아이티인들을 구조하기 위해 신속하고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해외 방문 계획을 취소하고 아이티를 돕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 정부는 아이티에 1억 달러(약 112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고 800명의 미군 보병 병력과 항공모함 칼빈스를 아이티로 파견했다. 18일까지는 3500명의 후발 병력이 아이티에 도착할 예정이며 이와 별도로 2200명의 해병대 병력도 이동 중이다.

사실 미국과 아이티는 역사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는 아니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1804년 아이티가 프랑스에서 독립한 뒤 미국은 약 50년 동안 노예 출신이 건국했다는 이유로 아이티를 인정하지 않았다. 1915∼1934년에는 미국이 아이티를 무력 점령하기도 했다.

이런 미국이 아이티 지원에 발 벗고 나선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위기에 강한 대통령’이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은 분석했다. 항공기 테러미수 사건 이후 줄곧 위기관리 대책 개선을 강조해 온 오바마 대통령이 인도주의적 위기에도 강력하게 대응함으로써 민주주의적 리더십을 보여주려 한다는 것이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닥쳤을 때 늑장 대응을 했다가 비난을 받았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고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분석했다. 이와 함께 아이티와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중남미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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