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에도 세종시와 같은 혜택 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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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부 추진지원단 회의
원형지 공급-稅감면… 산업단지-신도시도 포함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에 적용한 토지의 원형지(기반시설 없이 기본용지 정리만 된 땅) 공급 방식을 지방 혁신도시와 산업단지, 신도시에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입주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산업용지 분양가 인하 등 다른 혜택도 비슷한 수준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국토해양부는 12일 ‘제1차 세종시 추진지원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혁신도시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세종시에만 각종 정부 지원이 집중되면 기존 혁신도시들은 개발 과정에서부터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다른 지역의 우려를 감안한 조치다.

지원단장인 권도엽 국토부 1차관은 “지방 혁신도시에도 세종시와 같은 투자 유치가 이뤄지도록 원형지 공급, 조세 감면, 산업용지 분양가 인하 등 보완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며 “혁신도시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를 보완하고 공기업과 협력관계가 깊은 민간기업도 혁신도시로 이전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원단은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기업의 토지 매입도 최대한 빨리 끝내기로 했다.

지원단은 또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쳐 관련법의 개정 절차를 진행하고 유치가 확정된 기업과 대학의 조기 착공을 유도하기로 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세종시 띄우려다 수도권 커질라”
정부, 특혜론 불거지자 고민
전문가 “또다른 집중화 우려”▼


세종시 수정안이 세종시의 기능을 지나치게 강화시켜 결과적으로 수도권이 세종시를 포함할 정도로 거대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비판론자들이 주장하는 “세종시에 중요한 알맹이(정부 기능)가 빠졌다”는 ‘세종시 껍데기론’과는 다른 차원의 우려다.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공개한 다음 날인 12일 곧바로 혁신도시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한 것도 세종시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는 고민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김종구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이 정도 안이라면 세종시가 자족기능을 갖추고 자체 발전하는 데는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애당초 국토의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출발했던 것이 결국 수도권 강화라는 전혀 다른 부작용을 가져올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상당수 국토계획 전문가는 세종시가 정주 여건이 좋고 연구단지와 연계해 우수한 인력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목표로 하는 고용인원을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자칫 ‘유령도시’가 될 뻔한 세종시를 살렸다는 점에서 원안보다는 훨씬 발전된 안이라는 것이다. 김영수 산업연구원 지역산업팀장은 “대기업들만 가는 것이 아니라 협력사나 납품업체들도 동반 이전할 가능성이 높아 자생적인 산업 클러스터 형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체 국토의 모습을 놓고 보면 이번 수정안으로 서울 등 수도권과 세종시만 부각된 셈이 됐다. 세종시가 완공되는 2020년에는 서울·경기와 충남이 모두 거대 수도권으로 묶여 전체 국토에서 수도권의 범위만 넓히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수정안대로라면 수도권보다는 충청권 등 인근 지역 주민들이 주로 세종시에 유입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서울의 인구나 기능은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또 다른 거대한 도시가 새로 생기기 때문에 결국 두 경제권이 합쳐져 수도권 과밀화가 심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수정안대로 교통망이 구축된다면 서울과 세종시는 KTX로 1시간 이내에 오갈 수 있게 된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도 “세종시는 자족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기업도시가 될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세종시가 수도권 인근인 충청지역에 있다는 것으로 이는 또 다른 형태의 집중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고민에 빠졌다. 세종시 문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다른 지역은 무시하고 세종시에만 특혜를 준다”는 반발에 부닥쳤는데 이제는 균형발전을 도외시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수정안 발표 때 정부는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을 고려해 “세종시와 충청권, 국토 전체의 공동발전을 촉진하는 다양한 연계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지방 혁신도시도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세종시가 수도권 가까이 있다고 하지만 지역별로 서로 연계돼 전국적으로 발전하는 구조인 만큼 수도권 비대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세종시 관련법 개정이 모두 마무리되면 올해 안에 세종시 수정안을 반영한 새로운 국토종합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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