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장애 아이들 맡길 계절학교 열어주세요”

  • 입력 2009년 7월 31일 06시 47분


광주지역에만 2190명… 맞벌이 부모들 고통 호소

“방학 동안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요.”

지적장애 2급 자녀(10)를 둔 주부 김모 씨(40·광주 광산구 우산동)는 바깥일을 나가 넉넉지 못한 살림에 푼돈이라도 보태고 싶지만 잠시도 집을 비우지 못한다. 평소에는 아이를 장애인학교에 보내지만 방학 중에는 맡아 가르쳐 줄 공공시설이나 특별프로그램이 없기 때문.

광주장애인부모연대에 따르면 광주지역 특수교육대상자(장애학생)는 모두 2190명에 이르지만 방학 동안에는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집에서 보내야 한다.

장애학생이 방학 동안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장애전담 어린이집 또는 장애인복지관 2곳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엠마우스복지관 등에서 운영하는 ‘방학 중 프로그램’이 전부다. 그나마 장애전담 어린이집은 만 12세까지로 이용연령이 제한돼 있다. 사설 수탁기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월 18만 원에서 50만 원이 들어 저소득층 가정에서는 꿈도 꿀 수 없다. 맞벌이 부부들은 아이를 돌보기 위해 생업을 포기하거나 중단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단체는 28일 광주시교육청을 방문해 방학 중 장애학생 특별프로그램을 마련해 줄 것과 북구 공립특수학교 신설 등을 촉구하는 ‘2010년 광주 특수교육 발전 13대 요구안’을 제안했다. 박찬동 사무처장(39)은 “적어도 학급당 25명씩 4개 학급(100명)의 방학 중 장애학생 계절학교를 개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광주장애인가족지원센터와 함께 이날 광산구 우산동의 한 상가 사무실에 ‘장애인학생 계절학교’를 열었다.

자치단체 및 교육청의 지원 없이 부모들의 힘만으로 올해 처음 개설한 이 학교는 다음 달 28일까지 평일에 한해 오전 10시∼오후 3시 학생들을 가르친다. 모두 14명의 장애학생이 참여해 악기연주 등 음악치료 프로그램을 비롯해서 평소 학교에서 경험할 수 없는 체험 위주의 수업을 받는다. ‘아름다운 가게’ 지원금 150만 원에 장애인부모연대의 후원금을 재원으로 음악 미술치료사 자격을 갖춘 자원봉사자 및 체육교육과 정교사 등 전문치료사 4명이 교사로 참여했다. 또 동신대 물리치료학과 학생 2명, 조선이공대 사회복지학과 학생 2명, 학생 부모 등이 자원봉사자로 수업을 돕는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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