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승직]그린에너지정책, 기술개발에 초점을

  • 입력 2009년 7월 31일 02시 58분


잘나간다던 태양광발전 사업이 최근 줄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 선진국이 추구하는 그린에너지 문화에 성급하게 동참하려고 보급률만 높이려 한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때문이다. 최소한의 기본기술도 구축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성 분석 없이 너도나도 사업에 뛰어들게 한 데 따른 예고된 결과다. 더욱이 미래의 청정 녹색산업이라는 희망과 기대 속 발전차액보상이나 시설투자비 절반 이상을 정부가 보조하는 지원책만 지나치게 부각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1987년 대체에너지 기술 촉진법이 제정된 후 2006년 기준 2.26%(태양광발전 0.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선진국의 1980년대 초반 수준이다. 2011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5.0%(태양광발전 2.6%)로, 2020년까지는 11%로 높인다고 한다. 2012년까지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여 자급하는 그린 홈(Green Home) 100만 채도 건설한다고 한다.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따른 정부의 계획이다. 자원 고갈에 대비해 신재생에너지 같은 에너지개발 사업과 보급은 국가가 운명을 걸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이다. 보급률을 높이고 적용을 확대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기술력과 경제성 그리고 에너지 수급 효과다.

우리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펌프로 퍼 올리는 물의 양만 목표가 되서, 쏟아 붓는 마중물이 수십 배 더 소비되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해 안타깝다. 아무리 미래를 위한 녹색사업이라 할지라도 실익을 따져 지혜롭게 투자해야 한다. 연구개발은 뒷전이고 너나없이 외국의 시스템을 수입하여 적용하면 국민의 혈세로 외국 기업만 살리는 일이다. 100% 외국산 설비로 시설하고 동양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라고 자랑하는 데 그친다면 녹색성장의 꿈은 이룰 수 없다.

신재생에너지로 각광받는 태양열 태양광 지열 풍력 수력 연료전지 바이오매스는 각각 특성이 다르고 가치 있는 에너지원이다. 지역적 특성에 따라 자연이 주는 에너지자원을 이용할수록 효율적이고 탄소배출도 적다.

시설투자비 대비 시설을 통해 얻는 에너지의 가치를 따져보는 경제성 분석도 필수다. 현재 태양광발전으로 1kWh의 전기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시설투자비는 대략 930만 원 정도다. 연간 생산할 수 있는 전기는 고작 9만9280원(1일 4시간 발전 4kWh 생산, 1kWh당 68원으로 환산)에 불과하다. 시스템의 생애주기 20년을 고려하더라도 경제성이 없다. 게다가 시설투자에 따른 탄소배출로 환경오염 가중은 물론이고 엔트로피 증가만 초래할 뿐이다.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큰 실상을 잘 말해준다.

우리는 에너지 빈국(貧國)이지만 에너지 과소비 국가다. 국내총생산(GDP) 1000달러를 생산하는 데 1차 에너지를 일본의 3배, 그리고 OECD 주요 선진국의 2배 이상을 사용한다. 지난해 에너지 수입액이 무려 1415억 달러다.

일본의 에너지사용 효율 60% 수준만 돼도 당장 에너지 수입과 탄소 배출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한국이 에너지 사용 효율이 낮은 이유는 에너지를 낭비할 수밖에 없는 국가시스템과 생활 문화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개발도 중요하지만 정말 시급한 점은 에너지 사용효율을 높이는 일이다.

신재생에너지는 녹색성장의 핵심이며 앞으로 도래할 녹색시대 우리 삶의 동력으로 더 없이 소중하다.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위기에 봉착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손해 보는 사업의 표본이다. 본질을 망각하고 현상만을 지나치게 추구한 결과다. 한 치 앞을 못 보는 분별없는 정책으로 실속 없이 보급률을 높이기보다는 막대한 재원으로 기본기술을 충실하게 구축하면서 적절하게 보급을 확대하는 정책이 오히려 가치 있는 미래를 위한 투자다.

서승직 인하대 교수 대한설비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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