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차별해소 ‘근원적 처방’ 모색

  • 입력 2009년 7월 29일 02시 59분


■ 여권, 비정규직법 원점 재검토 배경

‘이미 시행중인 법 유예는 미봉책’ 판단
“내달중 대안 만들것”…野와 대화 물꼬 포석도

한나라당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28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방향을 튼 것은 비정규직보호법 적용 유예에만 매달려서는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에 따른 것이다. 이미 이달부터 비정규직법이 시행되고 있는 만큼 1년 6개월 법 적용 유예로는 야당과 노동계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나라당은 보고 있다.

○ 원점 재검토 배경

28일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비정규직법 원점 재검토’ 발언이 알려지자 야당에서는 “한나라당이 유예안을 포기했다”거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방향을 바꿨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자 안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브리핑을 자청해 “유예안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비정규직 제도에 대한 대수술을 통해 정책 추진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정한 비정규직법 시행 1년 6개월 유예안이 9월 정기국회에서 재론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예안을 처리할 여건은 이전보다 더 여의치 않은 게 사실이다. 비정규직 고착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유예안에 반발했던 야당과 노동계는 법 시행 뒤 ‘대량해고 사태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지금 법을 중지시킬 방법이 없지 않으냐”며 “(야당과) 협상이 잘 안 되고 있는데 유예안만 가지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을 순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비정규직 차별 해소라는 근원적 처방을 찾으면서 의견 접근이 가능한 대안으로 야당과 노동계를 설득하겠다는 게 여권의 생각이다. 한나라당 유기성 환경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비정규직법 1년 6개월 유예안을 당론으로 고수한다고 해도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가 확실치 않다”면서 “유예도 어차피 미봉책인 만큼 종합대책을 만들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비정규직 문제를 통해 미디어관계법 처리 이후 급속히 얼어붙은 여야 관계에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속내도 깔려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원점 재검토’ 발언에 야당이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느냐”면서 “비정규직 문제는 야당도 외면할 수 없는 만큼 이를 통해 여야 대화 채널을 열어보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 비정규직 근원적 처방은

한나라당은 ‘투 트랙(Two Track)’ 접근법을 구사할 방침이다. 속출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해고 사태를 해결하는 한편 비정규직 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개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정해 놓은 법 자체가 오히려 해고를 낳을 수 있다는 문제가 확인된 만큼 정기국회에서는 비정규직법을 전면 손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 전면 개정을 위해 신상진 제5정조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노동법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기로 했다. 노동법TF에서 우선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현장조사 결과와 실업 통계를 분석해 실업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당정이 함께 정규직 전환 기업에 사회보험료와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인 처방으로 △비정규직의 사용 사유 제한 △비정규직 고용 때 정규직 의무전환비율 책정 △처우개선 및 계약기간 완전 철폐 등의 대안을 놓고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위원장은 “기간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무조건 2년이 되면 해고해야 하는 경직된 법 내용은 손질할 필요가 있다”면서 “8월에 새 대안을 만들어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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