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거 野]프로야구 올스타전? 연예인 올스타전!

  • 입력 2009년 7월 28일 02시 50분


마운드 위 롯데 송승준은 간간이 공이라도 던졌다. 나머지 야수들은 하릴없이 서 있었다. 보기 드문 광경이 4분 가까이 이어졌다. 그 시간 1루 응원단석에서는 연예인 몇 명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가수 백지영의 ‘대시’에 맞춰 막춤을 추고 있었다.

25일 광주에서 열린 올스타전의 한 장면이다. 정규리그에서 5회말이 끝난 뒤 클리닝 타임에 구단이 초청한 연예인의 공연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날은 4회초가 끝난 뒤였고 수비하는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나와 있는 상태였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올스타전이라도 문제가 있어 보였다.

올스타전 이벤트 가운데 KBS ‘천하무적 토요일’의 ‘천하무적 야구단’ 출연진이 등장하는 코너가 있었다. 인기 프로그램인 만큼 관중도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정해진 일정을 마친 출연자들은 한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잠시 본부석에 앉아 관전하는가 싶더니 삼삼오오 몰려다녔다. 방송 카메라와 일부 팬들이 함께 따라다녀 그들이 가는 곳의 관중은 제대로 경기를 볼 수 없었다. 사인을 요청하는 소녀 팬을 앞에 놓고 말장난을 하는 연예인도 보였다. 경기 직전에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걸핏하면 전화를 걸어 여러 장의 공짜 표를 요구하기로 악명 높은 그였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올스타 선수들과 투타 대결을 해 질 경우 벌로 공연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벤트에서 이기고도 팬 서비스라며 굳이 무대에 올랐다. 아마 그들은 10년 전 노래를 립싱크로 틀어도, 정체불명의 막춤을 춰도 연예인이 무대에 오르면 공연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선수들이 어쩔 줄 모르고 우두커니 서 있어도 한번 시작한 노래는 끝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적어도 제작진은 그랬던 것 같다.

이날 ‘천하무적 야구단’은 초청을 받고 야구장에 왔다. 직접 선수로 뛸 정도로 야구를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경기장을 찾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일정이 끝나면 열심히 경기나 보면 좋겠다. 입장권을 사서 관람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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