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수강료 현실화 길열려” 학부모 “인상 방치하나”

  • 입력 2009년 7월 27일 02시 57분


■ 수강료 상한 헌법배치 판결

학파라치 등 사교육 잡기

금액단속 근거 사라진 셈

강남교육청 “항소하겠다”

서울행정법원이 서울 강남교육청의 학원 수강료 상한선에 대해 ‘헌법에 배치된다’는 판결을 내리자 몇몇 학원은 발 빠르게 비슷한 소송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반면 학부모들은 “정부에서 사교육을 꼭 잡겠다고 해서 이번엔 믿었는데…”라며 실망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학원 기준 수강료는 각 지역교육청의 ‘수강료조정심의위원회’가 전년도 수강료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선에서 책정했다. 강남교육청이 2007년 지역 내 246개 학원 수강료 인상폭을 4.9%로 제한한 것도 전년도 물가상승률에 맞춘 것이었다. 이에 대해 학원들은 기준 수강료만 받아서는 학원 운영이 곤란하다는 민원을 여러 차례 제기했다. 학원들은 민원이 통하지 않자 기준 수강료에 교재비 특강비를 덧붙여 받았다. 학부모들도 이 사실을 알면서 눈감아줬다.

이번 판결에서 승소한 L어학원은 주당 4시간 20분에 초등학생은 37만 원, 중학생은 38만 원의 수강료를 받았다가 올해 1월 14일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전국보습교육협의회 관계자는 “수강료 상한제는 획일적인 기준을 처지가 다른 여러 학원에 일괄 적용해 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며 “하지만 이번 판결로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수강료를 현실화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학원비가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손발이 안 맞는 사교육 대책 때문에 우리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교육 당국이 ‘학원 불법교습 신고포상금제(학파라치)’를 도입한 것을 비롯해 ‘사교육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이 사실상 학원 손을 들어주면 학원비가 줄줄이 인상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의 최미숙 상임대표는 “정부가 사교육을 잡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아침 신문에 학원 광고 전단만 10장 넘게 끼여 오는 것이 현실”이라며 “학원비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데 시장원리에 어긋난다고 판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의 ‘사교육 전쟁’엔 두 개의 전선(戰線)이 있다. 하나는 오후 10시 이후 교습 제한이고 또 하나는 수강료 초과 징수 근절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두 전선 중 하나인 ‘수강료 전쟁’은 목표를 잃게 됐다. 기준 수강료가 있어야 초과 징수를 문제 삼을 수 있는데 기준 수강료의 ‘근거’가 법적으로 무너졌기 때문이다.

김성기 서울강남교육장은 “이번 판결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서울시교육청과 협의해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내놓겠다. 기본적으로는 항소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학원비 조정 정책에 국한된 것뿐이다. 학파라치 제도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