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法규정 미비로 일반도로 못 다니는 전기車

  • 입력 2009년 7월 27일 02시 57분


지난해 국산 하이브리드차를 구입해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청와대가 이번엔 국산 전기자동차 3대를 구매했다. 국내 중소기업이 제작한 2인승 차량으로 전기 동력으로 움직여 배기가스 배출이 없다. 한 번 충전(4시간)으로 최대 110km를 갈 수 있다. 최고 시속은 60km라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이 속도를 내기 어렵다고 한다. 이 시험용 전기차는 2년간 임시번호판을 달고 청와대 경내와 인근 지역을 운행한다. 통상 전기차는 일반도로를 운행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선 최고 시속 60km 이하 차량은 자동차관리법상 차량번호가 부여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통 체증으로 도심 주행속도가 높지 않은 마당에 시속 60km 이상 차량에만 도로 주행을 허용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개정 법률이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언제 통과될지 알 수 없다. 녹색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법적 뒷받침이 안 되어 있는 것이 ‘그린 코리아’의 현주소다.

전기차는 배기가스와 소음이 없어 하이브리드차를 잇는 차세대 ‘그린 카’로 꼽힌다. 자동차 회사들은 가솔린 차량에서 수소연료전지 차량으로 이동하는 중간단계에 전기차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기술만 있다고 전기차 시대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 충전소 설치, 전기요금 정책, 교통체계 등 사회적 인프라가 뒷받침돼야만 기술 개발을 앞당기고 수요도 창출할 수 있다.

미국은 기름을 많이 먹는 픽업트럭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천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기차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다. 미국 47개 주가 전기차인 근거리용 소형차(NEV)의 일반도로 주행을 허용한다. 무인자전거 대여시스템 ‘벨리브’로 대성공을 거둔 프랑스 파리는 내년부터 전기차를 대여해주는 ‘오토리브’를 도입한다. 일본 미쓰비시와 후지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4인승 전기차 시판에 들어갔다.

우리는 말로는 녹색성장을 외치면서 법 제도와 사회시스템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데는 어설프고 느리다. 기후변화협약에 꼭 필요한 탄소배출권 거래를 터주는 녹색성장기본법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녹색기술 개발이 활성화되고 녹색성장이 추진력을 얻으려면 제도가 제때 따라와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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