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람 냄새가 납니다”

  • 입력 2009년 7월 25일 02시 57분


산악인 박영석 대장이 이끄는 2009 희망원정대 대원들이 2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완주식에서 모자를 벗어 하늘로 던지며 환호하고 있다. 경남 사천시에서부터 20일을 걸어 서울에 도착한 대원들은 입을 모아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뿌듯해했다. 전영한 기자
산악인 박영석 대장이 이끄는 2009 희망원정대 대원들이 2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완주식에서 모자를 벗어 하늘로 던지며 환호하고 있다. 경남 사천시에서부터 20일을 걸어 서울에 도착한 대원들은 입을 모아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뿌듯해했다. 전영한 기자
박영석 희망원정대 82명 20일만에 500km 완주
“뭐든 할수 있다는 자신감-포기않는 용기 얻어”

24일 오후 4시를 갓 넘긴 시각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꽃다발을 든 사람들은 초조하게 먼 곳을 바라봤다. 같은 모자, 같은 조끼를 입은 80여 명의 모습이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검게 그을린 피부의 그들이 절룩거리며 다가오자 곳곳에서 환호와 탄성이 교차했다. 경남 사천시에서부터 스무 날을 걷고 열아흐레 밤을 운동장 위 차가운 텐트에서 새우잠을 잔 82명의 대학생은 결국 서울에 도착했다. 대원들은 마중 나온 부모들을 보고 살짝 손을 흔들었지만 여전히 대열을 유지했다.

이때 검은 옷을 입은 진행자가 나왔다. “뭐 하세요? 즐기세요.” 대원들은 그제야 서로 얼싸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원을 만들고 좌우로 왔다갔다 춤을 추며 “좋아”를 연발하는 팀도 있었다. 많은 대원이 눈시울을 붉혔다. 혼자 몰래 눈물을 닦다가 동료 대원의 얼굴을 보고 같이 울기도 했다. 20일을 기다리고 참아 온 완주의 기쁨이었다. 한동안 즐거워하던 이들은 이내 대열을 맞춰 섰다. 그리고 어디선가 보고 있을 가족들을 향해 큰절을 했다. 메고 있던 배낭이 무거웠을까. 대원들은 오랫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박수도 오랫동안 끊이지 않았다.

산악인 박영석 대장이 이끄는 2009 희망원정대(주최 LIG·서울시, 후원 동아일보·노스페이스)가 20일 만에 500km를 걸어 종착지인 서울광장 땅을 밟았다. 완주에 성공한 대학생들은 입을 모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대원들이 또 하나 얻은 것은 ‘동기애’였다. 그들은 좁은 텐트에서 서로의 호흡을 느꼈고 똥오줌이 가득한 양동이를 함께 치웠다. 힘든 대원의 가방은 돌아가며 들어주기도 했다. 안은혜 씨(21·여)는 “혼자였으면 도저히 완주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함께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힘든 순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감과 ‘사람’을 얻은 그들에게 가까이 가자 냄새가 났다. 빨지 못한 채 그대로 입은 조끼와 땀에 전 티셔츠 그리고 몸의 열기가 고스란히 뺀 모자에서 나는 냄새가 어우러진 것이었다. 20일 전에 비해 대원들이 가장 달라진 게 무엇인지 묻자 박 대장은 “이제 저애들한테서 사람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이한샘 인턴기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4학년

박지현 인턴기자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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