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울주군, 회야강 하구 ‘더위 먹은’ 행정

  • 입력 2009년 7월 23일 06시 01분


“마리나항 개발한다면서
요트 출입 막는 교량 건설”

울산 울주군이 진하해수욕장 인근 회야강 하구를 국가 지정 마리나항으로 개발하려 하면서 동시에 요트 출입을 방해하는 교량을 건설해 ‘엇박자 행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마리나 항 개발 ‘부푼 꿈’

울주군이 회야강 하구 24만 m²(약 7만2700평)를 마리나항으로 개발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국회에서 ‘마리나항의 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이 마련된 올 4월부터. 정부는 연말까지 항만 3곳을 국가지정 마리나항으로 선정해 25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은 결과 무려 140여 곳이 몰렸고, 이 가운데 울산 회야강 하구 등 40곳이 1차로 선정됐다. 마리나항은 요트나 레저용 보트의 정박시설과 계류장, 해안 산책길, 숙박시설 등을 갖춘 항구.

울주군은 이 지역의 빼어난 경관과 교통 편리성, 인근 진하해수욕장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윈드서핑대회 등을 통해 갖춰진 해양레저 여건이 뛰어난 점을 들어 마리나항의 최적지라고 강조하고 있다. 마리나항 개발과 함께 인근 서생면 화정리 500만 m²(약 151만 평)에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1700여억 원을 들여 유스호스텔과 야영장, 간이골프장 등을 갖춘 레포츠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 요트 출입 막는 교량

마리나항 개발 계획 앞에 울주군이 스스로 만든 ‘암초’가 나타났다. 고리원자력발전소 지원금 98억 원을 들여 올해 말 완공 예정으로 1월부터 마리나항 예정지 입구인 회야강 하구에 ‘명선교’를 건설하고 있기 때문. 서생면 진하∼온산읍 강양을 잇는 길이 145m, 너비 4.5m인 이 인도교는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착공했다. 당초 높이가 11.5m로 설계됐으나 “요트가 출입하기에 너무 낮다”는 지적에 따라 17.5m로 높였다. 하지만 설계변경으로도 마스트(돛대) 길이가 18m 이상인 대형 요트 출입이 어려워 국제적인 마리나항 개발은 불가능하다는 지적. 부산요트협회 심민보 부회장은 “마리나항 개발 예정지 입구에 교량을 건설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높이 30m인 광안대교도 수영만 요트경기장을 우회해 건설됐다”고 말했다. 요트 대형화 추세에 맞춰 명선교를 더 높이거나 교량 상판을 ‘수평 개폐식’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

울주군은 “전체의 5∼10%인 대형 요트를 위해 공사가 절반가량 진행된 교량의 설계를 변경할 수는 없다”며 “대형 요트는 인근 송정항에 정박하면 된다”고 밝혔다. 한편 울산시는 22일 오후 시청에서 울주군, 울산도시공사, 부산요트협회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었으나 뚜렷한 해답을 찾지는 못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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