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 기습시위… 경찰과 유혈충돌

  • 입력 2009년 7월 23일 03시 16분


22일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노조원들과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노조원 100여 명이 이날 오후 도장공장 밖으로 나와 대치한 경찰을 향해 화염병과 쇠파이프, 새총 등으로 기습 공격하면서 경찰과 노조원 등 10여 명이 다쳤다. 평택=홍진환 기자
22일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노조원들과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노조원 100여 명이 이날 오후 도장공장 밖으로 나와 대치한 경찰을 향해 화염병과 쇠파이프, 새총 등으로 기습 공격하면서 경찰과 노조원 등 10여 명이 다쳤다. 평택=홍진환 기자
농성장 나와 화염병 투척

경찰-노조원 13명 부상

진압용 컨테이너 배치

노조가 불법 점거 중인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는 22일에도 경찰과 노조의 벼랑 끝 대치가 이어졌다. 경찰은 특공대를 추가 배치했고, 노조원들은 도장공장을 뛰쳐나와 화염병과 쇠파이프, 새총 등으로 경찰을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8명과 노조원 5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는 등 폭력 양상이 도를 더해갔다.

○ 끊이지 않는 충돌

경찰은 이날 아침부터 경찰특공대 20명을 추가 배치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특히 특공대가 작전에 사용할 진압용 컨테이너 1개를 본관 우측 주차장에 대기시켜 ‘진입 작전’이 임박해졌음을 보여줬다. 이 컨테이너는 가로 7m, 세로 3m, 높이 3m가량으로 두께 5cm 정도의 강철판으로 만들어졌다. 내부에는 경찰특공대 20명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다.

노조도 오후 6시 20분경 기습적으로 정문 앞 경찰을 공격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원들이 평택역 집회를 마치고 공장 앞에 도착하면서 경찰력이 이동한 틈을 이용한 것이다. 도장공장에서 농성 중이던 노조원 가운데 100여 명이 갑자기 뛰쳐나와 화염병을 집어던지고,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경찰은 대테러장비인 테이저건(권총형 전기충격기)까지 쏘며 대응했지만 방호벽 2개를 탈취당하고 30여 m나 후퇴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8명이 화상을 입거나 볼트 등에 맞아 부상했다. 노조 측도 노조원 5명이 다쳤다며 의사의 출입을 요구해 오후 8시경 경기지역 시민단체 소속 의료진 1명이 공장 내로 들어갔다. 공장 진입을 막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던 다른 의료진 2명은 연행됐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원 3000명은 이날 오후 3시 반경 평택역에서 쌍용차 지원대회를 열고 쌍용차 앞까지 이동해 산발적인 시위를 벌이다 해산했다. 이들은 평택공설운동장으로 몰려가 경찰이 갖고 있던 봉지 최루액 6개를 빼앗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노조원 39명을 연행해 조사 중이다.

이에 앞서 20일 자살한 쌍용차 노조 간부 부인 박모 씨의 장례식이 이날 오전 경기 안성시 우성공원묘지에서 가족과 금속노조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 농성장 이탈자 잇달아

5월 22일 시작한 도장공장 점거파업이 63일째를 맞으면서 파업에서 이탈하는 농성자도 늘고 있다. 당초 1000여 명에 이르던 농성자가 현재는 600명으로 줄었다. 출입문에 대한 엄격한 통제 이후 이달에는 28명의 이탈자가 발생했다. 사측 관계자는 “농성 중에 아프거나 힘들어 치료를 위해 나오거나 공권력 투입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나오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탈자들은 “대부분 일반 노조원은 생존권 때문에 농성에 참여하지만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다는 소식과 회사의 파산설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 “부식 반입금지 조치 이후 상당히 지쳐 있다”며 “대화로 타결이 안 된다면 공권력이라도 투입돼 서둘러 파업 상황이 끝나기를 바라는 조합원도 상당수”라고 덧붙였다. 최근 농성장에서 나온 한 이탈자는 “이탈을 하고 싶어도 새총을 쏘며 제지하거나 나가면 모두 죽인다고 협박을 하며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 반찬 없이 주먹밥만 먹어

가장 최근에 농성장을 뒤로 한 50대 중반의 A 씨는 파업 초기부터 참여했다. 지병이 있던 A 씨는 약을 공급받지 못해 건강이 악화되자 동료들에게 할 만큼 했다는 생각에 농성장을 빠져나왔다. A 씨가 전하는 농성장의 상황은 시간이 흐를수록 열악해져 가고 있다. A 씨는 “반찬 반입이 금지된 후 18일부터는 하루 세 끼 김치나 국 없이 주먹밥만 먹고 있다”며 “단수가 된 뒤에는 소화전을 이용해 간신히 세수를 하고 이마저 떨어진 21일에는 페트병에 담긴 생수를 이용해 고양이 세수와 양치질을 했다”고 전했다. 최근에 이탈한 B 씨도 “도시가스가 차단된 후 주먹밥을 먹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탈자들이 전하는 도장공장 농성자들의 평소생활은 경계근무와 비상훈련, 교육 등이 반복되고 있다. 수면시간 외에는 자신이 맡은 건물에서 2, 3일에 한 번 4시간씩 경계근무를 서고, 분임토의 및 전술훈련을 한다. 주 1, 2회 비상훈련(1시간)과 제식훈련(2시간), 쇠파이프로 몸통 및 다리를 타격하는 훈련 등도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동아일보 박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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