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현재윤 “헉, 내손 훔쳐간 사람 누구야?”

  • 입력 2009년 7월 22일 08시 15분


삼성 포수 현재윤(30)은 21일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목동구장에서 황당한 일을 당했다. 경기 전 그라운드로 나가 훈련한 뒤 돌아와보니 미트가 사라진 것. 복도에 다른 선수들 가방 옆에 자신의 가방을 놓고 미트를 올려놓았는데 감쪽같이 자취를 감췄다. 처음엔 누군가가 장난 친 줄 알았지만 도둑을 맞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식은땀을 흘리고 말았다. 미트에 이름과 등번호 등을 새겨놓기 때문에 선수가 미트를 훔칠 일은 없다. 결국 외부인에 의해 도난을 당한 것이다. 현재윤은 경기 전 “방망이 한 자루면 모를까 포수에게 미트는 생명이나 마찬가지다. 원정경기라 경기용 미트는 하나밖에 없는데”라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결국 강성우 배터리코치의 미트를 빌려 경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야구선수는 장비에 민감하다. 타자는 방망이 무게가 10g만 차이 나도 어색하다. 그러나 배트보다 더 민감한 것은 글러브다. 사람마다 손의 크기와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선수들은 특별주문으로 맞춤형 제작을 한다. 또한 공을 받는 버릇이 달라 주인에 따라 다르게 길이 나있다. 특히 수많은 공을 받아야하고, 두툼한 미트를 사용해야하는 포수로서는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다.

이날 현재윤의 미트 분실 사건은 결국 한국프로야구의 현실을 잘 대변해준다. 대부분의 구장은 원정팀을 위한 라커룸이 없다. 그러다보니 복도에 야구가방과 장비를 놔둬야한다. 복도에서 옷을 갈아입기 일쑤다. 사실 현재윤만 장비를 도난당한 게 아니다. 다른 구장에서도 유니폼을 잃어버려 다른 선수 유니폼을 입고 뛴 선수도 발생했다. 외부인이 아무렇게나 들락거릴 수 있는 프로야구 경기장. 특히 선수에게는 분신이나 마찬가지인 장비조차 도둑을 맞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처음엔 누군가가 장난 친 줄 알았지만 도둑을 맞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경기 전 식은땀을 흘리고 말았다.

주위에서 “야구장비 중에서 미트가 가장 비싸지 않느냐”는 물음에 “돈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어떻게 경기를 해야 할 지 걱정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목동|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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