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 협상 끝낸 안상수 “타결 가능성 낮다”

  • 입력 2009년 7월 21일 02시 57분


한나라, 박근혜案 대폭 반영 미디어법 새 수정안 제안
민주 “새로운 것 전혀 없다”오늘 마지막 담판 시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20일 미디어관계법 처리 문제를 놓고 마라톤협상을 벌였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양당은 21일 협상을 다시 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20일 내놓은 안에 대해 당내에서 “법안이 만신창이가 됐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고 민주당도 “새 제안은 전혀 없다”고 비판해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성과 없는 ‘마라톤’ 협상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20일 오후 2시부터 9시 반까지 서울 시내 모처에서 만나 머리를 맞댔다. 원내대표와 별도로 양당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나경원, 전병헌 의원은 별도로 다른 방에서 협상했고, 필요할 경우 원내대표와 함께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가 제안한 매체합산 사후규제 등이 대폭 반영된 새 제안을 내놓았다. 한나라당은 △경영자료 투명 공개와 구독률 제한을 통한 신문의 방송 진입 사전규제 △방송과 인터넷 등 매체합산 시청점유율을 통한 사후규제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 지분 한도 조정 등을 새로 제시했다. 박 전 대표가 미디어법 통과를 전제로 제안한 ‘매체합산 시장점유율 제한’의 계량화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한나라당은 신문사 구독률, 경영자료 투명공개 등 방송 진입 장벽을 높이는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날 밤늦게 한나라당 협상안이 공개되자 중립 성향의 한나라당 문방위 소속 한 의원은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뭣 하러 추가협상을 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방위 소속의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도 “갑자기 왜 이리 많이 물러섰는지 이해가 안 간다”면서 “이 정도로 양보했는데도 합의가 안 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시장점유율 10% 미만의 신문에 한해 종합편성채널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기존 안보다 시장점유율 기준을 높여 진입규제를 완화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내대표는 협상이 끝난 뒤 “민주당의 태도에 변화가 없어 내일 협상을 재개해도 타결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 한나라당, ‘단합’ 강조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를 잇달아 열어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의 표결처리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안 원내대표는 “정치인이든 국회의원이든 일반인이든 모든 사람은 행동하거나 결단할 때 초지일관(初志一貫)해야 한다”면서 “미디어법은 국민에게 이번 임시국회에서 표결처리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원내대표는 19일부터 국회 본관 출입이 금지된 보좌관들이 본관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상임위원회를 열지 말 것을 지시했다. 박희태 대표는 “단합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단생산사(團生散死)’라는 평범한 경구를 마음에 한 번 더 새기면서 투쟁하자”고 말했다.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계 의원들은 의원회관과 본회의장 등에 삼삼오오 모여 전날 박 전 대표가 “본회의에 참석한다면 반대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한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느라 바빴다. 한나라당 원내부대표들은 소속 의원들과 수시로 대화를 나누면서 의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의원들에게 의사당 주변을 떠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소속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김형오 국회의장이 야당 의원에게 봉쇄될 경우 지휘권을 넘겨받기 위해 국회 근처의 모처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 민주당, “협상 결과 낙관 안 해”

민주당은 한나라당과의 막판 협상 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막판 타결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협상 결렬 이후 대응 방안에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원내대표 회담에 대해 “민주당도 미디어법 대안을 내놓은 만큼 한나라당과의 협상을 통해 마지막까지 타협점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다만 근본적인 입장 차를 좁힐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에 협상 타결이 낙관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협상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신문사와 대기업의) 종합편성채널 지분 조정 등 서로 협의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미디어법 직권상정 처리에 대비한 전술을 논의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의원직 총사퇴를 비롯한 강경 투쟁방안이 쏟아졌다. 송민순, 김충조 의원 등은 “한나라당이 끝내 법안을 직권상정으로 처리하면 의원직을 모두 사퇴하고 싸워야 한다”고 말했고, 안민석 의원 등은 전원 삭발 투쟁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따른 한나라당 내부 균열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추미애 의원은 “한나라당이 내부에서도 정돈 안 된 법안을 직권상정하려 한다면 백주대낮에 민주주의를 찬탈하려는 쿠데타 세력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이 원내대표는 김 의장에 대해서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국회의장으로서 취할 바른 태도”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이틀째 단식 농성 중인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방문해 단식 중단을 요청했지만 정 대표는 이를 거부하면서 미디어법 처리 반대를 거듭 주장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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