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 처벌에 왕족도 예외 아니다”

  • 입력 2009년 7월 20일 14시 48분


엄격한 이슬람 율법 '샤리아'가 시행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간통죄는 죽을 때까지 돌팔매질을 당하는 투석형(投石刑)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사우디는 왕정국가이지만 왕족도 무시무시한 처벌을 피해갈 수는 없다. 간통 혐의로 목숨에 위협을 느낀 한 왕족 여성이 영국에 망명을 신청해 영국 법원이 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0일 전했다.

이 여성(영국 법원의 명령으로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음)은 런던 여행 중 영국 남성을 만나 성관계를 맺었고 임신까지 하게 됐다. 사우디인 남편이 아내의 불륜을 눈치 채자 이 여성은 "런던에 가서 몰래 아이를 낳겠다"고 남편에게 애원해 다시 런던으로 돌아온 뒤 망명을 신청한 것.

이 여성은 "만약 사우디로 돌아가게 되면 사형 판결을 받아 돌에 맞아 죽게 될 것"이라고 영국 법원에 호소했다. 법원도 이런 위험을 인정해 망명을 허락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신문은 "사우디에서 간통은 살인, 마약, 동성연애와 함께 가장 중한 범죄로 간주돼 최고 사형에 처해진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사우디에서는 간통 사범을 포함해 102명에게 사형이 집행돼 중국(1718명), 이란(346명)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국제 인권단체인 '인권을 위한 국제사회(ISHR)'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를 비롯해 이란 아랍에미리트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수단 등 이슬람 국가에서 간통죄에 대해 투석형이 선고됐다. 사우디에서는 2007년에도 혼외정사로 딸을 낳은 여성에게 투석형이 선고된 적이 있다. 외국인도 처벌받는다. 올해 3월 사우디에서 일하던 스리랑카인 남녀가 간통 혐의로 1심에서 투석형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징역 6년에 태형(笞刑) 700대로 감형되기도 했다.

성범죄에 연루된 이슬람 여성들에게 법원 판결보다 무서운 것은 이른바 '명예살인'이다. 가문의 명예를 지킨다는 명분 아래 가족에 의해 자행되는 명예살인은 상당 수 이슬람 국가에서 묵인되고 있다. 이 여성도 런던으로 돌아온 뒤부터 남편 및 시댁 가족들이 연락을 완전히 끊어버리자 명예살인의 공포에 떨었다고 한다.

1977년 당시 칼리드 사우디 국왕의 조카였던 미샬 빈트 파드 알 사우드 양(19)이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칼리드 국왕의 형이자 사우드 양이 할아버지가 명예살인을 명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우드 양은 미혼이었지만 간통 혐의를 인정했었다. 1980년 영국의 한 방송사가 이 사건을 '한 공주의 죽음(Death of a princess)'이라는 이름의 드라마로 제작하는 바람에 영국-사우디가 외교적 갈등을 빚기도 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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