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은 가스 순간온수기

  • 입력 2009년 7월 20일 02시 56분


밀폐된 욕실서 목욕하다

초등생 2명 질식해 숨져

밀폐된 욕실에서 가스 순간온수기를 켜놓고 목욕을 하다 가스에 질식돼 숨지는 사고가 자주 일어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8일 오후 5시경 경북 군위군 부계면 동산리 최모 씨(77·여)의 집 간이 목욕탕에서 정모 양(10·초등학교 4년) 등 자매와 이들의 이종사촌인 김모 양(11·초등학교 5년) 등 최 씨의 외손녀 3명이 쓰러져 있는 것을 가족들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정 양 자매는 숨져 있었고, 김 양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태다. 사고가 난 가로 1.4m, 세로 1m 크기의 목욕시설은 가스 순간온수기가 설치돼 있었고 창문은 닫혀 있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측은 이번 사고가 밀폐된 욕실 안에 설치된 순간온수기가 산소 부족으로 연료인 LP가스를 완전히 태우지 못하면서 유독 가스인 일산화탄소가 뿜어져 나왔기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스 순간온수기는 외부의 공기를 빨아들여 가스를 태운 뒤 배기가스를 곧바로 내뿜는 구조로, 수증기가 많은 욕실이나 밀폐된 좁은 공간 등에서 사용할 경우 불완전 연소 과정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일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기기는 반드시 외부에 설치해야 안전하고,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오래 사용하면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군위=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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