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투자안전성 판단 포괄 책임”

  • 입력 2009년 7월 20일 02시 56분


예보, 우리銀 점검결과 보고

“위험한 파생상품 투자 계속… 박해춘 前행장도 일부 책임”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의 파생상품 투자손실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으로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현 KB금융지주 회장)을 지목한 것은 투자의 안전성을 판단하기 어려웠어도 포괄적 책임은 결국 투자가 이뤄진 시기의 최고경영자(CEO)에게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은 2000년 말 대주주인 예보와 경영계획이행약정(MOU)을 맺은 뒤 매년 분기별로 △총자산이익률(ROA) △판매관리비용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 여신비율 등을 점검받고 있다. 예보는 지난해 3분기 실적점검 결과 ROA가 기준치인 0.8%보다 0.2%포인트 미달했다는 이유로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과 이종휘 우리은행장에게 주의 조치를 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부채담보부증권(CDO)이나 신용디폴트스와트(CDS) 투자와 관련된 손실이 1조6200억 원이나 될 것으로 본 사람은 드물어 징계는 실적이 약간 부진했던 것에 대한 질책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작년 4분기 6911억 원의 적자를 낸 사실이 올해 2월 드러나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대규모 적자의 직접적 원인이 된 CDO, CDS 투자를 누가 주도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파생상품 투자가 이뤄진 2005∼2007년 우리은행을 지휘한 황 회장은 △2007년 3월 퇴임할 때까지도 이 상품들은 안전하면서도 매력적인 투자처였고 △개별 투자에 대해 일일이 보고받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런데도 예보는 CEO로서 전체 투자에 관리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예보는 2007년 3월부터 우리은행장을 지낸 박해춘 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에 대해서는 파생상품 투자의 위험성이 부각되기 시작한 시기에 행장을 했으면서도 투자를 계속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종휘 현 행장은 황 회장 재임 당시 은행 내 리스크관리위원회를 맡은 만큼 실무자로서의 책임을 일부 져야 할 것으로 보고 징계수위를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2007년 말까지는 우리은행의 파생상품 투자에 따른 평가손실률이 10%에 그친 만큼 파생상품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 부각된 2007년 하반기 이후 손실을 최소화하지 못한 책임은 황 회장 이후의 경영진에게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계는 금융감독원이 최근 마무리한 우리은행 종합검사 결과도 주목하고 있다. 검사 결과 금감원은 황 회장, 박 이사장, 이 행장 등에 대해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징계할 수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징계 수위를 정하진 않았다”며 “대주주로서 경영상태를 점검하는 예보와 입장이 다른 만큼 예보의 결정과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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