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의식요? 팬과 언론 때문에 한땐 서로 서먹했죠”

  • 입력 2009년 7월 17일 02시 56분


원대연 기자
원대연 기자
■ 배구 국가대표 두 기둥 문성민-김요한 솔직토크

문성민(23·터키 할크방크·왼쪽)과 김요한(24·LIG손해보험·오른쪽).

배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다. 국가대표에 뽑힐 정도의 실력과 수많은 팬을 몰고 다닐 정도의 외모. 어느새 ‘차세대’라는 꼬리표를 떼고 대표팀 기둥으로 성장했다. 최근 월드리그 국제배구대회에서 한국은 결승라운드 진출에 실패했지만 이들의 활약에 위안을 느꼈다. 마지막 두 경기를 위해 세르비아로 출국하기 직전인 15일 두 선수를 만났다.

○ 선의의 경쟁

두 명은 지금까지 라이벌로 불렸다. 대학 시절 수없이 맞대결을 펼쳤다. 라이벌이라는 말을 꺼내자 문성민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서로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았어요. 하지만 언론과 팬들이 라이벌이라고 자꾸 말하자 저도 모르게 라이벌 의식이 생기면서 서먹해졌어요.” 그러나 김요한은 “지금은 정말 친하다. 대표팀에서 막내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서로에 대한 끈끈함이 생겼다. 자주 연락하고 성민이가 한국에 오면 같이 놀러다닌다”고 말했다.

○ 해외 진출의 명암

문성민은 지난해 독일 프로배구 분데스리가에 진출해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이를 토대로 터키 리그에 진출했다. 하지만 그도 해외 진출 초반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해외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일까. “몇 경기 무득점 이런 기사가 연달아 나올 때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득점만으로 선수를 평가해 답답했어요. 박지성도 처음 프리미어리그에 갔을 때 고생했잖아요.”

○ 부상과 승부욕

김요한에게 문성민의 장점을 말해 달라고 했다. “성민이는 아픈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아파요. 부상을 달고 살았거든요. 경기에 못 뛴 적도 많았어요. 그 점이 정말 부러워요.”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 뒤 억울한 듯 말을 쏟아냈다. “성민이도 승부욕이 강하지만 저도 정말 강해요. 인하대 시절 2년간 져본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프로에 와서 소속팀이 지는 경기가 많으니 어느새 패배에 익숙해졌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승부욕도 없어지고…. 많이 반성하고 있어요.”

○ 아직도 리시브는 보완해야

둘은 이번 월드리그에서 공격은 나무랄 데가 없었지만 수비에서는 고개를 숙였다. 이들이 처음 등장한 4년 전부터 수비 보완이 문제로 지적됐다.

“하루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고 연습 많이 해야죠. 많은 사람이 느끼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아요. 평생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문성민)

“프로배구에서 상대팀의 서브가 저에게 집중됐을 때 정말 부담감이 컸어요. 수비에 집중하다 보니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가 많았어요.”(김요한)

○ 서로 다른 목표

아직 20대 초반인 이들은 걸어왔던 길보다 걸어가야 할 길이 더 멀다. 이들의 성장은 한국 배구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각자 다른 목표가 있다.

“2년째 해외 생활인데 좀 더 적응된 모습을 보이고 싶어요. 최종적으로 이탈리아 리그로 가서 활약하고 싶어요.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지만 도전해봐야죠.”(문성민)

“해외 진출도 좋지만 우선은 팀이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요. 팀에서 목표를 이룬 뒤에야 해외 진출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김요한)

● 문성민

△출생: 1986년 9월 14일 △체격: 198cm, 85kg △포지션: 레프트 공격수 △스파이크 높이: 329cm △블로킹 높이: 321cm △출신교: 부산 동성중∼동성고∼경기대 △취미: 음악 감상 △경력: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 2007년 월드리그,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예선, 2008년 월드리그 국가대표 △수상: 2005년 대한배구협회 최우수선수

● 김요한

△출생: 1985년 8월 16일 △체격: 198cm, 93kg △포지션: 레프트 공격수 △스파이크 높이: 335cm △블로킹 높이: 326cm △출신교: 광주 상무중∼광주전자공고∼인하대 △취미: 인터넷 검색 △경력: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 2007년 월드리그, 2008년 월드리그 국가대표 △수상: 2009년 프로배구 V리그 기량발전상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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