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큰일 터질까 두렵다”

  • 입력 2009년 7월 16일 02시 57분


■ 수뇌부 공백사태 파장
공안-특수분야 사건 발생땐 책임지고 결단내릴 사람없어
기조부장이 총장 직무대행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시위 같은 대형 공안사건이 지금 벌어진다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책임을 지고 결단할 검찰총장이 없는 데다 총장을 대행할 사람도 없어 사안 대처가 쉽지 않다. 공안사건은 예고 없이 터진 경우가 많아 더 불안하다.”

대검찰청의 한 간부는 15일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사퇴로 초래된 사상 초유의 검찰 수뇌부 공백사태를 우려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검찰의 주요 현안을 지휘하고 결정해야 할 검찰총장은 물론 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차장, 대형 사건 수사를 많이 맡는 서울중앙지검장이 모두 공석이 되면서 검찰의 업무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여기에다 전국 일선 검찰청의 특수부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중앙수사부장 자리도 비어 있어 사정(司正) 수사 역시 사실상 올스톱 상태에 빠졌다. 형사부와 공판부 등 일상적인 업무를 다루는 부서는 큰 차질 없이 돌아가고 있다.

○ 사상 초유의 수뇌부 공백사태

전임 검찰총장보다 세 기수나 아래인 천 후보자를 발탁하는 ‘깜짝 인사’로 천 후보자의 선배와 동기 기수들이 줄줄이 옷을 벗으면서 현재 법무부와 검찰에는 천 후보자를 포함해 고검장 및 검사장급 14자리가 비는 사상 초유의 공백상태가 빚어졌다. 천 후보자는 15일 법무부에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일선 지검의 경우 서울중앙지검장, 서울동부지검장, 인천지검장 등 3곳이 공석이고, 서울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 5개 고검장 자리는 모두 비어 있다. 광주고검은 고검장은 물론 고검 차장도 공석 상태다.

검찰총장과 차장이 모두 공석인 대검은 지휘부 공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일단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선임 부서장인 한명관 대검 기획조정부장(사법시험 25회)이 맡게 됐다. 한 부장은 이날 오전 10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해 ‘과도체제’ 운영방안을 논의했으며, 검찰 조직이 흔들림 없이 평소와 같이 운용되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한 부장은 대검 부장(검사장급) 중에 가장 후배 기수여서 법무부는 지휘부 공백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사시 23, 24회 중에서 대검 차장 직무대리를 임명해 총장 직무까지 대행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공안, 특수 분야 업무 비상

법무부 장관과 검찰 간부들이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지휘부 공백에 따른 업무 차질은 불가피해졌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공안부다. 중요한 공안사안이 발생하면 검찰총장이 대검 차장 등과 의논해서 처리 방향을 결정해야 하지만 지금은 대형 공안사건이 불거진다면 대검 공안부장이 혼자서 모든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대검의 한 고위 간부는 “이런 때는 MBC PD수첩의 명예훼손 사건 등 여야 정당이 충돌하는 정치적인 사건은 처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장은 큰 현안으로 떠오른 공안사건 수사가 없어 검찰 임시 지도부의 부담이 적은 편이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시국선언 사건이나 쌍용자동차 파업 사건 등에서 돌발변수가 터진다면 검찰이 사건을 처리하는 데 애를 먹을 수도 있다.

고위공직자나 대기업 수사 등 대형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특수부도 수뇌부 공백으로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재경 지검의 한 특수부장은 “정기 인사를 앞두고 대형 비리수사를 하지 않는다는 특수부의 관행도 있지만 지금 큰 수사를 벌인다고 해도 주요 관련자 소환 등에서 지휘부의 결심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수사를 시작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수사를 거의 마무리한 ‘쌍용자동차 기술 유출 사건’은 중국과의 외교문제가 걸려 있어 수뇌부의 결심이 꼭 필요하지만, 지금은 검찰총장 공석 사태로 처리 방침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의 기록물 유출사건 수사’도 노 전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관련자에 대한 수사가 거의 끝났지만 처리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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