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마요르 “난, 가슴아닌 法으로 판결하는 사람”

  • 입력 2009년 7월 16일 02시 57분


히스패닉계로는 사상 처음으로, 여성으로는 세 번째로 미국 대법관 후보로 지명된 소니아 소토마요르 판사가 14일 상원 인사청문회장에 섰다. 인종과 성에 대한 편견을 갖고 판결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그는 “법관이 판결을 내리는 기준은 마음이 아니라 ‘법’”이라며 ‘법 정신’을 강조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히스패닉계로는 사상 처음으로, 여성으로는 세 번째로 미국 대법관 후보로 지명된 소니아 소토마요르 판사가 14일 상원 인사청문회장에 섰다. 인종과 성에 대한 편견을 갖고 판결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그는 “법관이 판결을 내리는 기준은 마음이 아니라 ‘법’”이라며 ‘법 정신’을 강조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법보다 중요한건 따뜻한 마음’ 오바마 판사論 정면부정
대법관 청문회 7시간 내내 ‘이성적 인간’ 강조

14일 미국 워싱턴 상원의원회관인 하트빌딩 216호. 미국 사법사상 첫 히스패닉계 대법관이 될 것이 유력한 소니아 소토마요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속개됐다. 정열을 상징하는 듯한 빨간색 재킷을 입었지만 목소리는 시종일관 냉철하고 절제된 어조였다. 평소 “다혈질이고 다소 감정의 기복이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했다. 뉴욕타임스는 “소토마요르 후보자는 단 한 차례도 열 받아 하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며 “가능한 한 스스로를 ‘지루하고 따분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만들기 위한 고통을 감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고 쓰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는 7시간 동안 이어졌다.

○ 오바마를 부정하다?

소토마요르 후보자는 “오로지 법률에 근거한 판결만이 판사의 본분”이라는 것을 시종일관 강조했다. 자신을 향한 비판론자들의 핵심 주장이 “인종적(히스패닉계), 성적(여성) 기준에 영향을 받는 감성적 판단이 법률적 판단보다 앞설 수 있는 위험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한 발언이었다. 그는 “판사의 감정은 사건의 결론과는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며 “판사는 법률을 사실에 적용할 뿐이기 때문에 감정을 사실에 이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자신을 지명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편 판사론과도 선을 그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7년 7월 17일 대선 유세 당시 대법관 지명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대법원 결정의 95%는 법률상 이견이 없지만 중요한 것은 나머지 5%”라며 “그 5%에서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법관의 본심이 어떤지, 그들이 그리는 미국의 비전이 어떤 것인지이다”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10대 미혼모, 가난한 아프리카 출신 미국인, 동성애자, 장애인, 노령자를 이해하는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대법관 선출 기준이라며 “중요한 것은 (법 그 자체보다) ‘법관의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나 소토마요르 후보자는 공화당 존 카일 의원이 “오바마 대통령의 견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나는 판결을 내릴 때 대통령이 생각하는 방식대로 접근하지 않는다”며 “법은 법관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며, 법은 의회가 만드는 것이다. 나아가 법관이라는 직업은 법을 적용하는 일이며, 판결을 내리게 하는 것은 마음이 아니라 바로 법”이라고 밝혔다.

○ 문제 발언 해명

소토마요르 후보자는 역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렸던 “총명한 라틴계 여성이 백인 남성보다 더 나은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2001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강연 발언에 대해서는 “단어 선택이 부적절했다”며 잘못을 시인하는 듯한 유감 표명을 했다. 이어 “당시 강연은 소수인종 출신 법대생들에게 용기를 고취시키자는 취지에서 한 것”이라고 해명한 뒤 “모호하지 않으면서 솔직하게 그들과 얘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특정 민족, 인종, 성이 건전한 판결을 내리는 데 이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힘주어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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