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인터넷 쇼핑몰의 대세는? ‘비키니 인증’

  • 입력 2009년 7월 15일 16시 03분


쇼핑몰의 새로운 컨텐츠로 떠오른 비키니 인증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쇼핑몰의 새로운 컨텐츠로 떠오른 비키니 인증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흉하지만 큰 용기 내어 사진 올립니다. 뒷모습 찍을 때 진짜 고생한 점 안쓰럽게 봐주셨으면…, 우선 제 신체사이즈는…."

한 인터넷 쇼핑몰에 올라온 의류상품에 대한 상품평이다. 평범한 제품 사용기 같지만 함께 올라온 사진은 글보다 더 자극적이다. 자신이 입고 있는 비키니 셀카(자신을 촬영한 사진) 사진 여러 장을 상품평과 함께 게재했기 때문이다.

'비치웨어'라는 카테고리 안에 있지만 사진들은 한결같이 젊은 여성들이 자신의 안방에서 거울을 보고 찍은 사진이 대부분이다.

이를 지켜본 온라인 쇼핑족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사이즈 때문에 고민했는데 도움이 됐다"는 반응에서부터 "용기가 가상하다", "몸매가 너무 예쁘다"는 댓글 등 게시자를 칭찬하는 글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인터넷 쇼핑몰엔 어디나 상품평(후기)란이 개설돼 고객의 시선을 잡아끌기 마련이다. 생생한 체험기로 제품의 신뢰도를 높여 구매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업체 측의 속내가 담겼다. 그런데 그 상품이 밥솥이나 디지털제품이 아닌 속옷이나 비키니라면 어떨까?

글 보다 포토 상품평이 대세

수년간 이 같은 제품 사용기가 주로 '텍스트'로 채워졌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진' 후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의류 제품은 말 보다 사진 한 장의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중에서도 상품의 특성상 속옷이나 비키니 사진에 누리꾼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인터넷 스타도 등극했다. 2년 전 옥션과 G마켓 등 오픈마켓에 한 과감한 여성이 자신이 구입한 속옷 인증 사진을 후기란에 올려 폭발적 반응을 이끈 적이 있다(인터넷에 자기 사진을 올리는 일을 인증이라고 함). 물론 얼굴을 흐릿하게 처리했기 때문에 게시자의 신원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마케팅 관계자들은 이 같은 'UCC노출'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여름 비치웨어 시장을 겨냥한 온라인 쇼핑몰들의 노력도 이 같은 '온라인 인증 붐'에 불을 댕겼다. G마켓은 아예 '2009 비치웨어 포토상품평' 콘테스트를 개최하고 일반인 UCC 상품평을 공모해 휴가비 지원 등 푸짐한 경품을 내걸었다.

G마켓 강정화 마케팅 담당자는 "비치웨어를 구매하는 고객 대부분이 휴가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보다 직접적 혜택을 주고자 상품평 공모를 통해 휴가비를 지원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일평균 50여 개씩 포토 상품평이 등록될 정도로 고객 참여율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비치웨어 포터 상품평 코너는 최근 들어 누리꾼 아이쇼핑족들로 북적인다. 모델이 아닌 일반인 비치웨어 착용 사진이 다수 게재됐기 때문에 쇼핑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유용한 정보교류 vs 관음증 자극

일각에서는 이 같은 비치웨어 후기 공모전이 누리꾼들의 은밀한 관음증을 자극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수상자 선정방식 역시 누리꾼들의 은밀한 관음증을 고려해서 설계됐다는 지적도 있다. 평가점수에 고객 추천수와 조회수가 무려 60%나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가슴골이 내보이는 '비키니 인증' 사진을 한 인터넷 쇼핑몰에 게시한 직장인 이 모씨(30)는 "어차피 얼굴을 가렸기 때문에 별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정보 교류차원에서 작성했지만 누구라도 더 예쁜 사진을 올리고 싶어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포토 상품평이 실제 유용한 정보라고 할지라도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악용될 우려가 있음을 지적한다. 게다가 쇼핑몰의 특성상 청소년들까지 별 제한 없이 볼 수 있기 때문에 쇼핑몰 업체에서 일정 정도 엄격한 스크린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이버문화연구소 최정은정 연구원은 "누구라도 사진을 포토샵으로 얼굴만 가리게 하는 기술의 발전과,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노출증, 그리고 이를 부추기는 상술이 만들어 낸 새로운 현상"이라며 "UCC란 자신의 책임 하에 유포한 컨텐츠이기 때문에 그 점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