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외국인 유학생, 영주권 따려 ‘현대판 노예생활’

  • 입력 2009년 7월 15일 11시 13분


호주 이민법의 허점 탓에 호주에서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들이 장시간 무급근로에 시달리는 등 사실상 노예생활을 하고 있다고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가 15일 보도했다.

신문은 호주 내 사설직업학교에 재학 중인 유학생의 경우 900시간의 근로경험을 갖춰야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이민법 및 교육법이 2005년 도입된 이후 문제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수천 명에 달하는 유학생이 임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잠시 쉴 틈도 없이 식당 등에서 힘겹게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우후죽순처럼 불어난 사설직업학교와 이민대행사, 그리고 식당 등 업체 주인들이 유학생들로부터 돈을 챙기기 위해 서로 협잡하면서 빚어졌다.

전문가들은 2005년 도입 이민법 등이 최저 근로경험 시간만 규정했을 뿐 유학생들이 어느 수준의 임금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규정하지 않고 있어 상황이 더 심각한 상태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학생들이 영주권 취득을 위해 사설직업학교에 등록금을 낸 뒤 다시 식당 등에서 임금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지난해 현재 사설직업학교에 등록된 유학생은 모두 17만3432명으로 2005년 이민법 개정직전 6만5120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는 호주 내 전체 유학생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또 사설직업학교는 2001년 664개에서 지난해 말에는 4892개로 7배 이상 급증했다.

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한 학생은 "사설직업학교 등록비 등으로 2만2000호주달러(약 2200만원)를 지출했으나 영주권을 받는 데에는 전혀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설학원과 연계된 미용실에서 900시간의 근로경험을 쌓았다.

그는 "학생들이 미용실에서 일하려면 미용도구 사용 대가로 1000호주달러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사설직업학교들은 일자리를 구해준다는 명목으로 유학생들에게 수천 호주달러를 요구하기도 한다는 것.

이민대행사 직원 칼 콘라드 씨는 "이같은 현행 부패시스템을 이용하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900시간 근로경험을 부과한 이민법 도입이 잘못된 출발이었다"고 말했다. 전직 경찰관 출신인 그는 "식당 주인 등이 무급 근로자들이 넘쳐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수요보다는 공급이 월등해 유학생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콘라드는 "사설학원과 고용주들이 학생들에게 힘을 과시하고 있다"며 "학생들은 일자리를 놓치면 곧바로 추방될 수 있어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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