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전육 총재, 뒷돈 의혹을 덮지마시오

  • 입력 2009년 7월 15일 08시 24분


대구 오리온스와 김승현이 이면계약 사실을 부정하며 황당한 언사만을 늘어놓아 KBL과 농구팬 모두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러나 KBL은 여전히 조용하다. 김승현이 재정위원회에 제출한 문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는 눈치다. KBL은 구체적인 조사를 위해 어떤 과정을 밟고 있는지에 대해 14일까지도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전육 KBL 총재는 13일 기자회견에서 “김승현이 제출한 서류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농구계 안팎에서는 다음주 외국인선수 드래프트(트라이아웃)가 열리기 때문에 이면계약서로 추정되는 문제의 서류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전 총재가 자신을 총재로 추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심용섭 오리온스 단장과의 관계를 고려, 김승현이 제출한 서류에 대한 조사를 대충하고 덮을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오리온스와 김승현 모두 이면계약서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는 가운데 이제 이 사실을 제대로 파헤칠 수 있는 사람은 전육 총재 뿐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김승현이 재정위에 제출한 서류들을 일반에 공개하고, 이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 그 뒤 철저한 조사를 통해 문제가 있다면 당사들에게 강력한 징계를 내려 더 이상 KBL의 질서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KBL에는 김승현이 제출한 서류를 직접 본 인물들이 적잖다. 재정위원들 뿐 아니라 일부 고위관계자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김승현이 제출한 서류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자세한 언급은 회피한다. 이 때문이라도 전 총재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프로농구는 이미 많은 팬들을 잃고 있다. 이번 일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팬들의 신뢰를 더 잃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거짓말이 판치는 프로농구’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언론사 편집국장 출신임을 늘 자랑삼아온 전 총재는 ‘진실의 수호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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