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史哲에서 길 찾는다” 대안학교의 대안

  • 입력 2009년 7월 15일 02시 59분


《하늘과 땅, 사람이 만나는 광활한 고장인 전북 김제시에는 원불교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인 지평선중학교가 있다.

개교 7년째이지만 전국에서 학생들이 찾아오는 대안학교의 모범으로 부상하고 있는 곳이다.

학교 용지가 3만3000m²(약 1만 평)나 되고 흙 건축의 명인인

정기용 씨가 지은 남녀 기숙사, 목공실, 도자기실, 식당은 사립 명문대 수준이다.

마치 전망 좋은 리조트를 연상시킨다.

지난해 20억 원을 들여 준공한 각종 첨단 교육시설이다.

각 학년 2학급씩 6학급만 뽑아 총정원이 120명에 불과해 경쟁률이 4 대 1이나 된다.》

체험-사고-실천 교육철학
학년별로 교육과정 세분화
1인 1악기-예절교육 강조
기숙사 등 시설 명문대 수준

10일 학교로 들어서자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3월 개교하는 인문학 위주의 지평선고등학교가 들어설 본관 건물을 짓고 있는 중이다. 마주치는 학생마다 낯선 방문객을 향해 두 손을 모아 합장한 채 “안녕하세요”를 외친다. 일반 학교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방문객이 황송할 정도다. 지속적인 인성 및 예절교육 덕분일 것이다.

30년 넘게 고창에서 무료급식소, 청소년공부방, 노인요양시설 등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해 온 이 학교 이사장 정상훈 교무(67)는 원불교 복지사업의 개척자나 다름없는 인물. 특히 고창의 요양시설로 파견 나온 대안학교 학생들이 하루하루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꼭 대안학교를 설립하겠다는 원(願)을 세웠다. 특히 원불교 3대 종법사인 대산 종법사가 친필로 써준 ‘인농(人農)’이란 글귀를 늘 마음에 간직했다. 사람농사라는 뜻이다.

2003년 시절인연이 닿아 교단과 전북도의 도움으로 학교를 세우게 됐고, 때마침 서해안고속도로가 뚫려 전국에서 학생이 모여들었다. 대안학교가 문제 학생이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체험과 사고를 통해 배워서 알게 되고 알아서 실천하는 자력(自力)을 키우는 곳’이라는 철학적 바탕에서 모든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학교 측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마음공부’와 ‘의식주락(樂)’. 이에 따라 입학 전형 때 학부모와의 면담을 통해 이 같은 교육철학에 공감하는지가 중요 변수가 되며 전교생이 반드시 한 가지 악기를 배우도록 한다. 학생들은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며 오전 6시 반부터 오후 11시까지 동고동락한다.

정 이사장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정신의 자주력’ ‘육신의 자활력’ ‘경제의 자립력’. 이를 위해 1학년은 ‘나를 찾아가는 교육과정’을 목표로 마음공부 산악등반 예절교육 텃밭가꾸기, 2학년은 ‘체험을 통한 생활 속 자립교육과정’으로 도보여행 진로탐방 한학배우기, 3학년은 ‘너와 나,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 배우기’로 봉사활동 미디어교육 지역문화체험 등을 집중 지도 받는다. 일반학교에 비해 수업 만족도가 높고 특히 교사들의 교육적 열정이 대단하다. 졸업생들은 대안고등학교나 일반고등학교 또는 예술고등학교 디지털고등학교 조리학교 외국학교 등에 진학한다.

내년에 고등학교를 개교하게 된 것은 학부모들의 간곡한 요청 때문. 지평선학교를 떠나면서 생활태도가 바뀌고 혼란스러워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11월 초 신입생 4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고등학교 개교를 준비하고 있는 정 이사장은 “단순히 고교 한 개를 추가 설립하는 것이 아니라 중고교생들이 철학 문학 역사학등 인문학을 심도 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며 “학교 본관 건물을 도서관 중심의 건축물로 지어 교사와 학생들이 수시로 토론하고 과제를 수행하면서 학습에 대한 ‘자력’을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내 고교 최고 수준의 도서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지평선중고교는 천(天) 지(地) 인(人)이 만나 어우러지는 학교로, 으뜸가는 대안학교를 지향한다. 교사들이 학생들과 24시간 같이 지낼 수 있는 사택과 각종 교육 및 편의시설을 만들어 주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문의 jipyeongseon.ms.kr

김제=오명철 전문기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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